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소속 신부들이 12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성당에서 김용철 변호사가 주장하는 ‘떡값 검사’ 명단 일부를 공개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당사자들“어떤 청탁-금품도 받은적 없다”
■ ‘떡값 검사’ 3명 공개 파장
구체 증거 안내놔… 오늘 총장내정자 청문회 공방예상
檢, 특수2부에 사건 배당… 靑 “뭐라 단언할 수 없다”
‘떡값 검사’ 명단 파문으로 검찰이 술렁이고 있다.
김용철 변호사가 12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을 통해 “삼성이 전현직 검찰 최고위급 간부들에게 이른바 ‘떡값’을 주며 관리했다”고 일부 명단을 공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는 이날 명단 공개를 통해 임채진 검찰총장 내정자와 이귀남 대검 중앙수사부장 등 검찰 수뇌부를 정조준하고 있으나 검찰과 삼성은 “사실 무근”이라고 즉각 반발했다. ‘떡값 검사’ 진상을 둘러싸고 전운이 감돌고 있다.
▽검찰 수사 전망=검찰은 이날 사제단의 발표 직후 삼성 비자금 의혹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오광수)에 곧바로 배당했다고 밝혔다. 사제단이 공개한 ‘떡값 검사’ 명단에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예정대로 중앙지검에서 수사에 착수키로 한 것.
김홍일 서울중앙지검 3차장은 김 변호사가 삼성의 관리대상이라고 주장한 전현직 검찰 수뇌부가 수사 대상이냐는 질문에 “원칙적으로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는 철저히 확인할 계획이지만 질문 내용에 대해서는 아직 언급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검찰은 비자금 수사를 주로 해온 특수부에 사건을 배당해 진상 규명에 의지를 보였지만 뇌물수수 의혹을 제기한 김 변호사가 구체적인 근거를 전혀 내놓지 않아 수사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검찰 수뇌부가 거론된 상황에서 검찰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겠느냐는 우려도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특검이 검찰 전체 의견과는 배치되지만 정치권이 적극적이면 어쩔 수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김 변호사가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 발행 사건 수사 주임검사 중 수사 도중에 에버랜드에서 접대 받은 사람이 있다”고 말한 것과 관련해 검찰의 내부 감찰이 진행 중이다.
영상취재 : 서중석 동아닷컴 기자
김영욱 동아닷컴 인턴기자
▽명단 공개 근거는?=사제단은 이날 “(김 변호사가) 삼성의 관리 대상 검사 명단을 2001년 삼성 재무팀에 있을 때 봤고 이 명단을 주요 보직을 중심으로 보관 관리했다. 삼성 본관 27층 재무팀 관재파트 담당 상무 방의 벽으로 위장된 비밀금고에 (명단이) 보관돼 있다”고 주장했다.
사제단은 또 “금품 전달 전에는 (관리)담당자 난이 비어 있는데 (금품이) 전달이 안 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빈칸인 경우가 거의 없었다”며 “금액은 원칙적으로 500만 원이며 금액을 올릴 경우 김인주 삼성 전략기획실 사장이 연필로 1000만 원, 2000만 원 하는 식으로 적어 넣는다”고 설명했다.
이날 회견 직후 사제단은 기자들의 추가 질문에 “질의응답은 하지 않겠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사제단 김인국 신부는 ‘근거가 있느냐’는 질문에 “김 변호사가 알고 있지만 공개된 자리에서 밝힐 수는 없다”고 말했다.
사제단은 이날 명단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를 내놓지 않았고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 재산 증식과 관련된 A4용지 4장짜리 문건만 제시했다.
사제단은 기자회견에서 ‘뇌물수수’라는 점을 강조하며 “돈이 건네졌다”고 강조했지만 돈이 언제 어떻게 건네졌는지에 대한 설명 없이 ‘삼성의 관리대상’이었다는 점만을 강조했다.
▽검찰총장 청문회 주목=당장 13일 열리는 임 내정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초미의 관심사다. 김 변호사가 임 내정자를 ‘떡값 검사’로 지목함에 따라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검찰 일각에서는 ‘법적 대응을 해야 한다’는 강경론도 나오고 있지만 일단 해명에 주력하며 상황을 주시하자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청와대는 ‘떡값 검사’ 명단에 임 내정자가 포함됐다는 주장에 대해 “임 내정자가 ‘삼성 측으로부터 어떤 청탁이나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는 해명을 청와대에 보내왔다”고 밝혔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명단 발표가 있었지만 사실 관계나 명단의 신뢰도를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어느 쪽으로 단언할 수 없다”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