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하은주(24)는 현역 여자 프로농구 선수 가운데 가장 크다.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에 등록된 키는 202cm. 이는 은퇴한 김영희(43·205cm) 씨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큰 키다.
하지만 정작 하은주는 정확한 자신의 키를 모른다. 그는 “고교 때 200cm가 나온 이후 키를 안 재 봤다”며 “왜 202cm란 말이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비단 하은주뿐 아니다. 여자 농구선수들의 키는 늘었다가 줄어드는 ‘고무줄’ 같다.
‘미녀 국가대표 센터’였던 정은순의 키는 185∼188cm로 다양하게 알려져 있다. 국민은행 김지현은 지난해 180cm로 소개되다가 올해는 177cm로 연맹에 등록됐다. 한때 170cm로 알려졌던 신한은행의 최윤아는 최근 “키가 168cm 정도”라고 밝히기도 했다.
‘고무줄 키’가 가능한 까닭은 제도적인 허점에서도 찾을 수 있다. 여자 농구는 남자 농구와 달리 선수 등록 때 별도로 키를 재지 않고 구단이 제시한 키를 그대로 인정하기 때문.
한 여자 농구 관계자는 “여자 선수들은 중고교 때는 상품성을 높이기 위해 키를 부풀리는 측면이 있고 은퇴 시점에는 키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부담스러워 신장을 줄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정확한 키를 숨기려는 선수와 굳이 재려고 하지 않는 구단 및 연맹의 방침에 여자 농구 선수들의 키는 여전히 알쏭달쏭하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