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농구 최장신 선수 하승진(223cm)이 프로농구 코트에서 뛰는 모습을 보려면 내년 10월이나 돼야 한다. 아직 한참 남았지만 벌써부터 그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내년 1월 신인 드래프트에서 하승진을 뽑을 가능성이 있는 동부, KCC, 전자랜드, SK는 마치 ‘로또 당첨’이라도 기다리는 심정이다.
나머지 6개 구단은 하승진의 가세가 프로농구 판도에 미칠 파장을 예상하며 자기 구단의 이해에 따른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내놓고 있다.
현재 한국농구연맹(KBL)은 외국인 선수의 신장 상한을 KCC 서장훈(207cm)의 키를 기준으로 208cm로 정했다. 210cm 이상의 선수가 드문 현실을 감안하면 유명무실한 조항으로 없애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신인 연봉의 상한선은 1억 원으로 하승진 역시 이 규정을 적용받아야 한다. 하지만 미국프로농구(NBA) 경험까지 있는 그에게 다른 신인과 똑같은 규정을 적용하기 곤란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반면 예외는 있을 수 없다는 목소리도 높다.
하승진은 프로 2년차부터는 수억 원의 연봉이 보장되므로 샐러리캡 제도(현행 총액 17억 원)에 따라 그가 뛰는 팀은 고액 선수 여러 명을 보유하기 어렵게 된다. 만약 김주성(연봉 6억8000만 원)이 뛰는 동부나 서장훈(4억 원)과 추승균(3억5000만 원)이 있는 KCC의 경우 하승진을 선발하게 되면 선수 물갈이가 불가피한 상황이 돼 자연스럽게 팀 간 전력 평준화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올해 한국프로골프의 신인 김경태는 당초 대기 선수 신분이었으나 시즌 초반 2승을 올리며 없던 규정까지 새로 만들어 전 경기 출전권을 얻었다. 그 덕분에 사상 처음으로 상금 4억 원을 돌파해 신인왕, 상금왕, 공동 다승왕에 오르며 프로골프 흥행 몰이에 앞장섰다.
하승진 역시 ‘스타 기근’에 시달린 한국 농구를 이끌 새로운 재목이다. 이를 계기로 관련 규정과 제도를 철저하게 검토하고 보완해 불필요한 혼란을 줄여야 하지 않을까.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