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전문가들은 내년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집값이 올해와 비슷한 수준에서 안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지방은 올해에 비해 더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은 대출 규제와 과도한 세금 부과로 수요가 위축돼 내년에도 부동산 침체가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전세금은 서울과 지방 대도시를 중심으로 입주물량이 감소하면서 중소형 아파트 위주로 5% 안팎 오를 것으로 예측했다.
바꿔야 할 부동산 정책으로는 과도한 세금과 전매 제한을 꼽았고, 올해 대통령 선거에서 누가 당선되든지 내년 부동산시장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동아일보는 부동산 관련 연구원과 부동산 정보업체 관계자, 은행 재테크 전문가, 개발업체 및 분양대행사 대표 등 부동산 전문가 10명을 상대로 내년 집값 및 전세금에 대한 전망과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평가를 들어봤다.》
내년 집값 수도권 ‘안정’ 지방 ‘하락’… 과도한 규제 풀어야
○ 집값은 안정, 전세금은 상승
설문조사 결과 부동산 전문가 10명 중 7명은 내년 서울 등 수도권 집값이 보합권에 머물거나 소폭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나머지 3명도 연간 물가상승률과 비슷한 4% 안팎에서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해 내년 수도권 집값이 전반적으로 안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방의 경우는 1명을 제외한 9명이 올해보다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이라고 답했다.
집값의 하향 안정세는 대출 및 세금에 대한 규제, 최장 10년 동안 집을 팔 수 없는 전매제한 등으로 수요가 위축되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연말에 분양이 몰려 수급 불균형이 생긴 것도 주된 이유다.
특히 지방은 수요에 비해 분양가가 높아 이들 물량이 해소될 때까지는 상당 기간 침체를 면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분양대행사 도우씨앤씨 손상준 사장은 “분양가 상한제로 내년에 민간업체들의 공급이 줄어들 것으로 보여 2009년부터는 집값이 다시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전세금은 10명의 전문가 모두 상승 쪽에 무게를 뒀다. 특히 수도권과 지방 대도시들에서 중소형 주택의 전세금 오름세가 뚜렷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부동산114의 김희선 전무는 “전국적으로 중소형 아파트의 입주물량이 적은 데다 청약통장을 쓰지 않으려는 대기 수요자들이 당분간 전세로 살면서 청약기회를 노릴 것으로 보여 전세금은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 “규제 완화해 거래 숨통 틔워야”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정부의 과도한 규제가 부동산 시장의 선순환을 끊는 한편 건설업체들의 자율 경쟁을 막아 경쟁력을 약화시켰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분양가 상한제에 의한 최장 10년간 전매제한, 서민층까지 겨냥한 부동산 대출 규제,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강화 등을 과도한 규제로 꼽았다.
특히 수도권과 지방을 차별화하지 않고 비슷한 잣대로 규제의 칼날을 들이대 지역 중소형 업체들이 연쇄 도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폐해를 고치려면 차기 정권은 1가구 1주택자 및 고령자, 저소득층 등에 대해 세제(稅制)를 완화하고 전매기간을 현행보다 절반 이상 줄여 거래의 숨통을 틔워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연구위원은 “정부의 규제가 투기억제라는 순기능도 있지만 정상적인 거래마저 끊어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며 “양도세율을 조정하고 외국처럼 양도차익에서 물가상승 부분을 빼는 등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대통령 누가 되든 내년 부동산엔 큰 영향 없을 듯”
연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전문가들은 대통령이 누가 되든 부동산시장엔 당장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현 정부에서 만든 부동산 규제가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데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어 현재의 정책 기조를 쉽게 바꿀 수 없다는 얘기다.
우리은행 안명숙 재테크팀장은 “역대 대선을 봐도 대선과 주택가격엔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없다”며 “단지 정권이 바뀌면 규제가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소폭 상승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현 정부에서 집값이 많이 올라 이번 대선에서는 반값 아파트와 같은 집값 안정화 공약들이 나올 것”이라며 “일부 지역은 개발공약 등이 몰리면서 지역별로 편차가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