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Travel]休&宿야마시로 온천의 ‘시로가네야 료칸’

입력 | 2007-11-16 03:01:00


일본 나라시대(710∼784)에 교키(668∼749)라는 승려가 있었다. 당시 불교는 국가의 통제를 받던 시절이라 승려라고 해도 불경을 읽으며 국가에 봉사하는 존재였다. 교키는 그 소임에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민중을 구제한다는 불교의 가르침을 전파하기 위해 홀로 노력했다.

그의 활동은 크게 두 가지였다. 거리에 나가 부처님의 가르침을 설파하는 한편 여행 중에 병과 배고픔으로 쓰러진 나그네를 도왔다. 당시 가난한 나그네를 돌볼 곳이라고는 절뿐이었다. 그가 평생토록 지어서 바친 사찰 49곳이 스님의 성심을 잘 설명해 준다. 이런 절간의 숙소를 당시 ‘후세야’(布施屋)라고 불렀다. 훗날 후세야는 일본 료칸의 원형이 된다.

교키 스님은 725년 어느 날 이시가와 현의 영봉인 하쿠산(白山)을 참배하고 돌아오던 중 영물인 삼족오(발이 세 개 달린 까마귀)를 본다. 이 영물은 당시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샘가에 앉아 있었는데 다가가 살펴보니 온천이 샘솟고 있었다. 이시가와 현을 대표하는 가가온천향의 온천 네 곳 가운데 하나인 야마시로(山代) 온천은 이렇게 발견됐다고 역사는 전한다.

일본이 전국시대(1467∼1573)에 접어들자 여행자는 줄고 온천향도 쇠퇴했다. 하지만 에도시대(1603∼1867)가 열리면서 여행자의 발길이 되살아났고 에도로 통하는 길목의 동네마다 여행자 숙소가 생겨났다. 야마시로 온천 역시 에도로 가는 길목이어서 여행자 숙소가 하나 둘 늘어났다. 그중 하나가 1624년 두부장수 야자에몬이란 사람이 자신의 두부가게에 개업한 시로가네야(白銀屋)다. 올해로 383년의 역사를 헤아린다.

시로가네야 창업주의 19대손은 아직도 이 마을에 살고 있다. 그러나 당시 건물은 사라진 지 오래다. 대신 그 자리에는 1818∼30년에 건축한 구옥과 여기에 이어 붙인 온천료칸 시로가네야가 지금도 성업 중이다. 시로가네야는 현존하는 일본 최고(最古)의 온천 료칸이다.

○ 일본 문화재로 등록된 최고(最古)의 온천 료칸

그 역사적인 온천료칸 시로가네야로 여행을 떠났다. 도착한 곳은 혼슈 동해안인 이시가와 현의 고마쓰 공항. 인천공항을 이륙한 지 1시간 40분 만이었다. 공항에서 현 남쪽의 가가 시에 있는 야마시로 온천까지는 8km. 택시로 30분 거리인데 시로가네야는 야마시로 온천 중심가의 끄트머리인 한적한 길가에 있었다.

료칸에 다다르자 ‘白銀屋’이라고 쓴 흰 천 휘장부터 눈에 들어왔다. 휘장이 걸린 단층 건물의 문간, 그 옆으로 낡은 기와지붕의 2층 건물이 붙어 있다. 이것이 일본문화재로 등록된 시로가네야의 본관이다. 현재도 1층은 프런트와 기념품가게, 2층은 식당으로 이용되고 있다. 투숙객은 이곳에서 아침식사를 한다.


▲ 동영상 촬영 : 조성하 기자


▲ 동영상 촬영 : 조성하 기자


▲ 동영상 촬영 : 조성하 기자

야마시로 온천마을은 아담했다. 마을은 마주 오가는 차량이 겨우 비켜갈 좁은 폭의 도로가 400여 m쯤 이어진 ‘야마시로온센 토리이’라는 상점가를 중심으로 펼쳐지는데 료칸은 주로 이 길가에 자리 잡았다. 온천욕장이 있는 상점가 끄트머리에 이르자 연못가에서 온천수가 도자기 탑을 타고 흘러내리는 조형물이 설치된 온천 홍보관이 보였다. 규모는 작아도 아담하고 조밀하게 온천마을의 모습을 갖춘 곳으로 실내에서는 특산물(구타니야키 도자기)과 기념품을 팔고 있다. 여기서 한글로 된 관광안내 팸플릿을 본 것은 기분 좋은 일이었다.

료칸 입구에 닿으니 기모노 차림의 나카이 상(료칸 도우미)이 깊이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고풍스런 역사의 향취가 물씬 풍기는 입구를 지나 들어선 실내의 현관. 대낮인데도 어둡게 느껴질 만큼 채광 양이 적었다. 현관 반대편 마루 끝에 자리 잡은 정원 역시 온통 나무 그늘에 휩싸여 녹음이 짙었다. 383년 역사의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료칸. 그러나 객실에 들어서는 순간 그 역사를 깡그리 잊을 뻔했다. 너무도 현대적인 디자인 때문이었다. 더 놀라운 것은 그런 모던한 분위기에서도 383년 역사가 빚은 기품과 무게만은 그대로 느껴졌다는 사실이다. 빨간색 벽, 노란빛의 다다미 바닥, 새하얀 한지 창문, 푹신한 이불이 덮인 침대, 현대적 감각의 테이블과 의자…. 분명히 현대풍이지만 하나하나 뜯어보면 료칸이 갖출 것은 두루 갖춘 전통 스타일이다. 그 도발적인 빨간빛마저도 가가의 전통 빛깔(빨간색과 군청색)이라니. 이런 객실을 이 료칸에서는 ‘가가모던’이라고 불렀다.


▲ 동영상 촬영 : 조성하 기자

반세기 전 ‘로산진’(魯山人)이라는 이름난 도예가 겸 미식가가 있었다. 우연히 가가지방에 머물 당시 도자기(구타니야키)와 음식의 새로운 경지에 이끌려 훗날 이 분야의 대가가 된 사람이다. 당시 ‘맛의 달인’으로 그가 누린 인기가 얼마나 대단했는지는 1959년 작고한 날 일간지에 실린 기사가 잘 말해 준다. 같은 날 숨진 전 총리의 죽음은 간단한 부음기사로 처리된 반면 로산진의 죽음은 ‘일본의 해가 떨어졌다’는 애도 기사로 다뤄졌다고 전해진다.

그 로산진이 야마시로 온천에 유숙할 당시(1915년) 이 시로가네야에 묵었는데 그가 즐겨 들었던 1층 객실은 그의 옛 이름(후쿠다 다이칸)을 따서 붙인 ‘후쿠노마’(福の間)이다. 지금도 많은 사람이 애용하는 방이다. 그는 주실(主室)의 문밖으로 내다보이는 정원 숲 속의 다실 풍경을 특히 좋아했는데 객실 욕탕의 바닥에는 로산진을 감화시킨 구타니야키의 타일이 깔려 있다.

○ 일본인이라면 꼭 가보고 싶어 하는 료칸

도자기와 음식은 뗄 수 없는 관계다. 가이세키 요리(여러 가지 음식이 차례로 나오는 정찬)로 식사(1박 2식)를 제공하는 료칸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특히 가가에는 구타니야키라는 도자기 명산지까지 있어 향토음식을 근간으로 한 료칸 요리의 진수를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조건을 갖췄다. 거기에 로산진이라는 걸출한 도예가 겸 미식가까지 낳은 멋과 맛의 고장이다 보니 야마시로 온천의 시로가네야는 일본인이라면 한 번쯤 꼭 가보고 싶어 하는 료칸의 반열에 오를 수밖에.

구타니야키 도자기에 담겨 나오는 시로가네야 료칸의 음식 맛. 과연 어떨지 궁금했다. 그날 저녁 료칸식당 긴안에서 맛본 가이세키 요리는 모두 10가지 코스였다. 어느 것 하나 흠 잡을 데 없이 정성스럽게 마련된 요리가 화려한 문양의 구타니야키 도자기와 칠기(옻칠 그릇)에 담겨 나왔다. 호쿠리쿠 지방은 일본에서도 식재료가 풍부하기로 이름난 곳. 이날은 동해산 신선한 생선회와 긴지소라는 가가지방 야채가 특히 입맛을 끌었다.

“12월은 호쿠리쿠의 가니(게)철이라 오사카지역에서 이곳으로 게 요리를 즐기러 오는 손님들로 료칸이 꽉 찹니다. 10월 중에 이미 예약이 끝나지요.”

시로가네야의 다나카 나오토 총지배인의 말이다. 그는 3월 벚꽃 필 때와 5∼7월 관광시즌, 8월 여름휴가철, 10월과 11월의 단풍철에 이어 이듬해 3월까지 이어지는 가니 시즌으로 야마시로 온천의 비수기는 연중 두 달(4월과 9월)뿐이라고 했다.

최고(最古) 역사의 온천 료칸인 만큼 시로가네야의 온천수 역시 이곳에서는 최고(最古)다. 이곳의 모든 료칸은 1282년 전에 발견된 야마시로 온천의 원천공에서 물을 공급받는데 시로가네야에 공급되는 온천수는 ‘신1호 원천’의 것이다. 이 물은 온도 64.3도의 약알칼리성으로 신경통과 관절통, 냉한 체질 개선과 동맥경화 예방 및 치료에 효험이 있다. 이 료칸에는 온천탕이 두 개 있는데 모두 가케나가시(욕조의 물이 흘러 넘치도록 온천수를 종일 틀어놓는 방식으로 수량이 풍부한 온천에서만 가능하다)다. 하나는 안뜰에 노송이 있는 조경의 기치조노유, 다른 하나는 작은 로텐부로가 딸려 있는 소무노유로 모두 24시간 이용한다. 탕은 크거나 화려하지 않지만 그 수질만큼은 그만이다. 욕조는 돌과 히노키(편백나무)로 만들어졌다.

일본 이시가와 현 가가 시=조성하 여행전문기자summer@donga.com

○ 여행정보

◇시로가네야 ▽홈페이지=www.shiroganeya.co.jp ▽주소=이시가와 현 가가 시 야마시로 온천 ▽찾아가기 △항공=고마쓰, 도야마 공항. 고마쓰 공항에서 택시로 30분. 여관에서 송영차량을 운영한다. △철도=JR 가가온천역 하차. 택시로 15분. ▽가격(1인·2인 1실 기준)=2만5000∼3만9000엔(21만∼33만2000원). 시즌에 따라 가격 편차가 크다.

◇관광정보 ▽지역 △야마시로온천관광협회=www.ya-mashiro-spa.or.jp △가가 시=www.tabimati.net △일본국제관광진흥기구=www.welcometojapan.or.kr 02-777-8542, 3 ▽가가 시 골프장=한 시간 이내 거리에 7곳. 가장 가까운 곳은 5km 거리의 야마시로 골프클럽(www.ygclub.co.jp)이다.

●기쇼안 패키지상품

이오스여행사(www.ios.co.kr)는 24시간 휴대전화 통역서비스로 일본어를 할 줄 몰라도 안전하게 다녀올 수 있는 상품을 판매 중. ‘항공권+료칸 2박(매일 아침 및 저녁식사 포함)+공항 송영 서비스+여행안내서+여행자보험’으로 구성되며 가격은 △3일 일정 109만 원부터 △4일 일정 128만 원부터. 문의 홍은주 과장, 안경진 씨(www.ryokan.co.kr) 02-546-46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