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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한국언론과 처음 만난 이시바 시게루 日방위상

입력 | 2007-11-16 03:02:00

일본 이시바 시게루 방위상이 14일 도쿄 이치가야 방위성 집무실에서 본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취임 후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는 이번이 처음이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日, 태평양전쟁 책임 반드시 정리해야”

이시바 시게루(石破茂·50) 방위상은 일본 정계에서 손꼽히는 방위 전문가다. 2002년 9월부터 2년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정권의 방위청 장관으로 자위대의 이라크 파병을 주도했고 2004년 말 발표된 ‘신방위계획 대강’의 기초를 만들었다.

일본의 안보정책에 대한 논의를 이끌어 온 그는 9월 25일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총리 내각이 출범할 때 다시 입각했다.

14일 오후 도쿄 이치가야(市谷) 방위성의 집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그가 방위상으로 한국 언론과 인터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에서는 후쿠다 총리가 아시아를 중시하는 정치인이라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는 좋은 의미건 나쁜 의미건 민족주의적 요소가 강했다. 전쟁을 전혀 모르는 젊은 세대의 민족주의적 사고방식은 위험하다. 반면 후쿠다 총리는 밸런스 감각을 갖고 역사를 생각하면서 대미, 대아시아 외교를 전개할 것이다.”

―북한 정세를 비롯해 지금의 동아시아 안보환경과 일본의 역할을 어떻게 보는가.

“안전보장 환경이 급격히 바뀌고 있다. 일본은 좀 더 구체적이고 깊이 들어간 대미관계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북한에 대해서도 6자회담 참가국과 공동보조를 취하면서 대화와 압력의 밸런스를 취해 가야 한다. (일본인) 납치문제도 마찬가지다. 일본만 혼자 납치문제를 부르짖어도 다른 나라들에는 핵과 미사일이 더 중요한 게 현실이다.”

―‘대미관계도 달라져야 한다’는 말의 뜻은….

“새 안전보장 환경에 어울리는 미일동맹을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냉전이 끝났고 소련이 없어졌다. 중국은 급속히 성장하면서 군비를 확장하고 있다. 국제 테러에 대처해야 한다는 점도 새롭다. 싸우는 방식도 달라졌다. 미사일방어(MD)라는 새 사고방식도 생겨났다. 일본 국내에서는 주변사태법, 유사법제도 만들어졌다. 지금의 미일동맹이 그 같은 여건에 맞아떨어지는지 검증해 봐야 한다. 필요하다면 자위대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고 본다.”

―자위대의 역할이 어떤 분야로 확대될 수 있나.

“가령 주변사태법에 따라 보급 구조 수송 등은 자위대도 할 수 있게 됐다. 미군이 보급 수송하던 것을 일본이 한다면 미군은 그만큼 줄여도 된다. 유사시 공항 항만을 제공하는 것이 억지력이 된다면 그만큼 미군은 줄여도 된다. 관건은 억지력이다.”

―아베 정권에서 추진된 ‘일본판 국가안보회의(NSC)’나 집단적 자위권에 관한 해석, 개헌, 헌법 개정 등에 대해 한국인들은 상당히 민감하다. 후쿠다 정권에서는 어떻게 달라질까.

“정책 우선순위가 낮아졌다. 가령 자민당 안전보장조사회는 후쿠다 정권 출범 이후 한 번도 모이지 않았다. 후쿠다 정권의 출발점은 참의원 선거에서의 자민당 참패다. 고이즈미 개혁 5년의 부작용으로 지방이나 약자의 부담이 늘었지만 아베 정권은 이를 돌아보지 않고 헌법 개정, 집단적 자위권 행사, 교육개혁 같은 거대 주제에만 집착했다. 그런 주제에 손대려면 국민이 정부를 신뢰해야 한다. 후쿠다 정권은 먼저 국민의 신뢰를 얻는 데 주력할 것이다.”

―방위상이 되기 전 자민당 집단적자위권연구 특명위원회 위원장으로도 일했는데….

“후쿠다 내각 각료로서 말하자면 일본 정부의 기본자세는 ‘집단적 자위권은 자위의 필요 최소한도를 넘으므로 행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집단적 자위권이란 유엔 헌장 51조에도 나오는 모든 국가에 부여된 권리다. 또 집단적 자위권에는 제약이 따른다. 행사하는 경우 즉각 유엔에 보고해야 하고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할 때까지 한시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다. 언젠가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추진한다면 여기에 또 하나의 ‘제동장치’로 ‘피침략국으로부터의 요청’을 넣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고 본다.”

―그것만으로 집단적 방위권을 ‘빙자’한 침략을 막을 수 있는지….

“판단은 국제사회, 즉 유엔이 한다. 과거 일본은 아시아를 독립시킨다며 제2차 세계대전을 시작했다. 일본의 조선 합병은 국제 조약상 형식은 적법했지만 식민지 지배, 침략행위였다. 중일전쟁도 마찬가지다. 이를 인정해야 한다. 특히 질 게 뻔한 2차 세계대전을 벌인 책임은 반드시 정리하고 넘어가야 한다. 나는 일본이 2차 세계대전의 의미와 책임을 제대로 정리하지 않은 채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게 되면 안 된다고 자민당 시절부터 주장해 왔다.”

―바람직한 한일관계, 방위교류는….

“방위청 장관 시절 시절 한국과 세 번 교류행사를 가졌다. 한국과 일본은 미일동맹과 한미동맹을 통해 간접적으로 연결된다. 가장 가까운 나라이자 민주주의 시장경제 등 기본적 가치관을 함께하는 나라로서 좀 더 신뢰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다만 그때 중요한 것은 솔직하게 깊이 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다테마에(建前·껍데기) 대화는 그만 하고 혼네(本音·속내)를 말할 수 있었으면 한다.”

―과거사도 있고 해서 한국은 경계심이 강하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 문제나 방위력 정비 등에서 한국이 일본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더 제대로 설명하고 싶다. 일본이 침략 전쟁을 일으켰던 과거와는 다른 나라라는 것을 한국의 여러분이 어떻게 하면 믿게 할 수 있을지, 그것은 일본의 숙제이기도 하다.”

:이시바 시게루:

△1957년 2월 일본 돗토리(鳥取) 현 출생 △1979년 게이오(慶應)대 법학부 졸업 △미쓰이(三井)은행 입사 △1986년 7월 중의원 의원 첫 당선 △1992년 12월 농림수산성 정무차관 △2001년 1월 방위청 부장관 △2002년 9월∼2004년 9월 방위청 장관 △2007년 9월 방위상 △저서: ‘국방’ ‘직업정치의 복권’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