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한국 SK와 일본 주니치의 코나미컵 아시아 시리즈 결승전을 앞둔 일본 도쿄돔.
경기 시작 4시간 정도를 앞둔 오후 2시경이라 그런지 경기장은 한산했습니다.
딱 한 곳을 빼고 말입니다. 홈팀 외야석 출입구는 벌써부터 팬들로 가득했습니다.
일본의 야구 응원은 외야석에서 이루어집니다. 그래서인지 경기장에서 가장 먼저 표가 팔리고 자리가 꽉 차는 쪽은 외야석입니다.
경기가 시작되고 주니치의 공격 차례가 되었습니다. 파란색 응원복을 입은 10여 명의 응원단이 커다란 깃발을 흔들고 트럼펫과 나팔을 불며 응원을 합니다.
이들 응원단원은 도쿄에 있는 주니치 팬들로서 자발적으로 모인 사람들입니다. 학생도 있고 직장인도 있고 나이는 10대에서 40대까지 다양합니다.
이들의 응원에는 앰프나 확성기가 쓰이지 않습니다.
만약 이런 장비를 이용하면 더 많은 사람의 응원을 유도할 수 있고 크게 들릴 텐데 왜 쓰지 않을까요. 이들의 대답은 한결같았습니다.
“경기장을 찾은 다른 팬들도 좋아하는 팀과 선수들을 목청껏 응원한다. 앰프를 틀거나 확성기를 쓰는 것은 같은 팬으로서 예의가 아니다.”
치어리더들이 내야 쪽에서 3이닝에 한 번 정도 나와서 관중의 박수를 유도하지만 시원한 차림에 현란한 율동을 선보이는 국내 치어리더와는 성격이 다릅니다.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공격이 시작되면 팬들 모두가 자리에 서서 응원을 합니다. 공격이 끝나기 전까지는 누구 하나 자리에 앉지 않습니다. 뛰고 있는 선수들에 대한 팬으로서 최소한의 배려라는 듯 말입니다.
응원가도 수없이 많았습니다. 선수들이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그 선수의 응원가를 부릅니다. 팔을 좌우로, 위아래로 흔들며 미리 약속이라도 한 듯 같은 동작을 합니다.
아빠의 어깨 위에 두 다리를 벌리고 올라탄 아이들, 손을 꼭 잡은 채 응원하는 연인들,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모든 사람이 운동장에서 하나가 됩니다.
한국의 두 배가 넘는 역사와 남녀노소 폭넓은 팬 층을 가진 일본의 야구 응원 문화를 굳이 우리와 비교해 어느 것이 낫다고 말하기는 힘듭니다.
야구를 보면서 즐기고, 웃으며, 기뻐한다면 어떤 응원이든 상관없을 겁니다. 응원은 곧 ‘축제’이니까요.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