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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늙은 유럽’의 再起 이끄는 리더십

입력 | 2007-11-17 00:01:00


12년 만의 최대 규모라는 프랑스 운송(運送)노조와 학생, 교사, 법조인의 총파업에 대한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의 대응 자세를 보면서 진정한 리더십을 새삼 생각하게 된다. 그는 노동총연맹(CGT)의 연금 및 교육개혁 중단 요구에 대해 “정부가 물러서는 것은 프랑스가 물러서는 것”이라며 타협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기업 노조 정부의 3자 협상안을 마련해 노조의 퇴로(退路)를 열어 주는 한편 철도 노조원들을 직접 만나 “거리로 나서면 미래가 없다”고 단호한 메시지를 던졌다. 원칙을 세우되 타협을 병행하고, 여론을 중시하되 기회주의적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에 빠지지 않는 리더십의 요체를 보여 준 것이다.

그러자 국민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파업에 반대하는 국민이 지난주 55%에서 파업 당일인 14일에는 69%로 늘었다. 국영철도(SNCF) 파업 참가율은 첫날 64%에서 둘째 날인 15일엔 46%로 떨어졌다.

영국과 독일의 재기(再起)를 가능하게 한 것은 바로 이런 리더십이다. 한때 ‘유럽의 병자(病者)’라고 조롱받던 영국은 15년째 사상 최장기 호황을 누리고 있다. ‘유로권 경제 불안의 주범’으로 눈총을 받던 독일은 통일의 후유증을 털어 내고 재도약의 기틀을 마련했다. 독일은 작년 한 해 수출이 13.7% 증가했고, 올해 실업자가 12년 만에 처음으로 350만 명 미만으로 줄었다.

‘늙은 유럽’을 회생시킨 힘은 공공부문의 개혁과 작은 정부, 노동시장 유연화와 시장(市場) 중시를 통한 국가경쟁력의 강화에서 나왔다. 영국의 토니 블레어 전 총리와 고든 브라운 현 총리,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실용적 사고와 과감한 행동’의 리더십으로 이를 주도했다.

한국은 지금 어떤가. 이들 3개국보다 훨씬 빨리 ‘조로증(早老症)’에 빠졌다. 공공부문은 여전히 ‘철밥통’이고, 공공과 민간을 통틀어 정치적 파업을 포함한 불법 파업이 기업경쟁력을 잠식하고 있다. 국민의 차기 정부 선택이 임박한 이 시점에도 대선 후보들의 리더십 경쟁은 찾아볼 수 없고, 정치권의 관심은 ‘범법자 김경준의 입’에 쏠려 있다.

21세기 대한민국의 신(新)성장동력으로 평가받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과 후속 법안은 대선을 앞둔 여야의 득표 전략에 밀려 방치돼 있다. 유럽의 회생을 건너다보면서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자문(自問)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