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람들은 이상한 것을 믿는가’ 저자 마이클 셔머 인터뷰
‘이기적 유전자’의 리처드 도킨스, ‘총 균 쇠’를 쓴 제러드 다이아몬드, ‘빈 서판(書板)’ 저자 스티븐 핑커.
모두 과학계를 흔드는 석학들이다. 이들에겐 또 다른 공통점도 있다. 미국 과학저널 ‘스켑틱(Skeptic)’의 필진이다. ‘스켑틱’은 말 그대로 회의주의 과학자를 대변하는 저널이다. 여기서 회의주의자는 “모든 주장과 생각을 검증하고 과학 정신의 전파를 목적으로 하는” 이들을 뜻한다. 1997년 창간된 이래 인류를 위협하는 비과학적 사고와 싸움을 지속해 왔다.
그 중심에 선 인물이 마이클 셔머다. ‘스켑틱’의 발행인이자 편집장이며, 과학운동 본거지인 회의주의 학회(Skeptics Society)를 설립했다. 최근 나온 책 ‘왜 사람들은 이상한 것을 믿는가’(바다출판사)는 사이비 과학과 미신, 창조론 등에 대한 그의 통렬한 비판을 담은 책이다.
회의주의 학회와 ‘스켑틱’이 생긴 지 올해로 10년. 원서가 나온 지도 딱 10년 만에 국내에 번역됐다. 같은 해 외환위기 이후 급격한 변화를 겪었던 한국 사회. 셔머의 책은 어떤 의미로 읽힐 수 있는지 저자와 e메일로 인터뷰했다.
―먼저 한국 독자들에게 인사를 부탁한다. 혹시 방문 계획은 있는지….
“물론 가고 싶다. 동아일보를 통해 인사하게 돼서 반갑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살고 있어 한국은 친숙한 나라다. 강연 기회가 생긴다면 언제든 환영이다.”
―회의주의 학파와 ‘스켑틱’을 소개해 달라.
“과학의 가장 첨예한 쟁점을 조사하는 과학 모임이다. 백마디 말보다 인터넷 홈페이지(www.skeptic.com)를 방문해 보면 정확히 알 수 있다.”
―저서 제목 그대로 묻고 싶다. ‘왜 사람들은 이상한 것을 믿는가(Why people believe weird things).’
“사람들이 이상한 것에 현혹되는 이유는 인간이 감정적 이유로 도달하게 된 신념들을 합리화하는 데 능숙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신념 대부분은 사회적이거나 심리적 감정적인 영향을 통해 형성된다. 그 다음 그런 신념들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일반화해 믿어 버린다.”
―리처드 도킨스나 샘 해리스 등은 과학자로서 종교에 대해 견해를 밝혀 화제가 됐다. 종교도 ‘이상한 것’에 속하나.
“종교는 매우 복잡한 사회적 실체(social entity)다. 간단히 설명하거나 단순히 부정하기 어렵다. 인간은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생각이나 신념의 자유를 갖는다. 이 원칙을 따르자면 누가 무엇을 믿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과학과 자유를 위협하지 않는 한 종교는 존중돼야 한다. 이는 종교를 믿지 않을 자유는 종교를 갖는 타인의 자유와 긴밀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종교와 관련해 사람들이 타인의 자유를 좀처럼 존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점을 경계해야 한다.”
―그럼 비과학적인 것과 실체를 인정할 것은 어떻게 구분할 수 있나. 과학자로서 검증의 원칙이 있다면….
“과학과 회의주의의 원칙은 ‘열린 마음을 갖되 긴장을 늦추지 마라’는 것이다. 우리는 증명되기 전까지 모든 주장에 회의적인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이 책의 4부 ‘역사와 사이비 역사’를 보면 실제로 존재했던 홀로코스트 발생 자체를 부정하는 이들에 대한 대목이 나온다. 혹시 한국의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들어봤나. 일본의 우파들이 명백한 증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존재 자체를 부정한다.
“일본 우파들이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는 수법은 잘 안다. 전작 ‘역사를 부정하기’에서 일본이 어떻게 홀로코스트 부정론자와 동일한 수법으로 과거를 부정하는지 설명한 적이 있다. 비이성적인 이들을 대할 땐 적극적 행동이 필요하다. 자유란 때로 싸워서 얻어내야 한다.”
―‘왜 사람들은…’이 나온 지 10년이 지났다. 2007년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10년 동안 ‘이상한 것’의 트렌드도 변했다. 먼저 대체의학에 대한 맹신이 커졌다. 둘째 9·11테러 이후 정치 음모이론이 판을 친다. 마지막으로 갈수록 창조론이 대중적 입지를 넓히고 있다. 독자들에게 부탁한다. 회의적으로 사고하고 이성적으로 행동하라.”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