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화’ 얽힌 세 후보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대선 후보(왼쪽)는 18일 민주당 이인제 후보(가운데)에 이어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오른쪽)에게도 단일화를 제안했다. 이종승 기자·연합뉴스
신당-민주당 ‘합당 갈등’ 일단 봉합
정동영, 문국현에도 단일화 제안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의 통합 실무협상이 18일 저녁 사실상 타결됨에 따라 앞으로 진행될 범여권 후보 단일화 추진 작업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후보는 앞서 이날 오전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에 대해서도 후보 단일화 논의를 제안했다. 이에 문 후보는 일단 “정 후보의 백의종군이 전제되지 않는 단일화 논의는 없다”는 자세를 견지했다.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은 19일 오전 17대 대선 이후 곧바로 전당대회를 갖기로 한 내용 등 실무 합의사항을 포함해 당 대 당 합당 및 후보 단일화 스케줄과 절차에 대해서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단일화 이후 스케줄은=민주당은 협상 종료 시한(19일)을 하루 남긴 18일 오후까지만 해도 대통합민주신당에 대해 “합당 의지 표명에 대한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며 크게 반발했으나, 이날 저녁 양당 수뇌부의 잇따른 회동에 힘입어 사실상 타결을 이뤄냈다.
당초 대통합민주신당 각 계파 의원들은 “내년 총선 이후 전당대회를 개최하게 되면 현행 오충일-박상천 공동대표 체제로 총선 공천을 하게 되고, 이 경우 민주당에서 공천권을 휘두를 소지가 크다”며 반발해 왔다. 하지만 양당이 이날 전당대회 개최 시기 조정에 합의함에 따라 일단 내부 분열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공산이 커졌다.
민주당 협상단의 핵심 관계자는 “만약 대선에서 진다면 현실적으로 당 지도부가 존속될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서 양보하게 됐다”고 말했다.
양당은 19일 ‘통합민주당’으로의 합당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하게 되며, 중앙선관위는 20일 열리는 전체회의에서 이 내용을 추인하게 된다. 정동영, 이인제 후보는 20일경 후보 단일화를 위한 TV 토론을 열게 되며 23, 24일 여론조사를 실시해 더 많은 지지를 얻은 후보가 ‘단일 후보’ 자격으로 25, 26일 대선 후보 등록을 하게 된다.
▲ 동영상 촬영 : 동아일보 사진부 이종승기자
▲ 동영상 촬영 : 동아일보 사진부 이종승기자
▽“문 후보와 연합 제안”=정 후보는 앞서 1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창조한국당 문 후보와의 연합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정 후보는 “문 후보는 반부패, 좋은 성장, 가족 행복의 가치를 우리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후보”라며 “부패한 과거 세력, 수구 냉전 세력에게 나라를 맡길 수 없다는 공통 인식이 우리에게 있어 연합을 위한 논의를 미룰 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대선 후보 등록 전까지 후보 통합과 연합 방안이 마무리되길 기대한다. 모든 것을 터놓고 이야기할 용의가 있으며 저를 버릴 각오도 돼 있다”고 말했다.
정 후보는 “문 후보가 제안한 4년 중임제 개헌, 정당명부제도 추진할 수 있다. 공동협상기구를 조속한 시일 안에 구성할 것을 제안한다”며 개헌 논의를 고리로 협상을 추진할 뜻이 있음도 내비쳤다.
당초 기자회견문 초안에는 ‘권력 분점을 통해 공동의 가치를 실현’ ‘새로운 정치세력 형성의 도모’ 등의 문구도 들어 있었으나 또 한 번의 ‘지분 논의’로 비칠 것을 우려해 정 후보가 읽지 않았다고 한다.
정 후보의 이날 연합 제안은 문 후보가 “인물 중심이 아닌 가치·정책 중심의 연대라면 고려할 수 있다”는 자세를 취해 온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단일화 블랙홀에 빠질 수 없다”=문 후보는 이날 정 후보 선거대책위 민병두 전략기획본부장과의 인터넷 토론회에서 “정 후보가 신당의 이해찬, 손학규 등 여러 경선 후보와 단일화를 해 왔지만 지지율이 더 떨어졌다”며 “이인제 민주당 후보와의 단일화도 결과는 비슷할 것으로 본다. ‘단일화 블랙홀’에 나까지 빠져들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국민적 신뢰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 후보가 먼저 백의종군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후보 선대위도 논평을 내고 “정 후보의 단일화 제안에 진정성이 있다면 공중파 TV 합동토론에 지지율이 10% 미만이라는 이유로 문 후보가 제외된 것에 대한 견해부터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 동영상 촬영 : 동아일보 사진부 이종승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