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단과 디젤.’
좀처럼 어울리지 않는 한 쌍이다.
정숙한 주행을 으뜸으로 치는 세단형 승용차에 ‘시끄러운’ 디젤 엔진은 아무래도 궁합이 맞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최근 승용차용 디젤 엔진 기술 발전이 가속되면서 디젤 엔진에 대한 ‘편견’이 깨지고 있다. 요즘 나오는 디젤 승용차는 진동소음을 이전보다 현저히 줄였고 경제성과 환경친화성까지 갖췄다.
디젤승용차의 이 같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국내 전체 승용차 판매 대수에서 디젤 승용차가 차지하는 절대적인 비중은 3%대로 그다지 높지 않다.
하지만 유가 100달러 시대를 앞두고 연비가 뛰어난 디젤 승용차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 디젤의 진화…연비, 파워, 친환경
디젤 엔진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경제성이다.
연료소비효율이 상대적으로 좋다고 평가받는 푸조의 407HDi(배기량 2000cc)는 L당 14.3km를 간다. 반면 동급 가솔린 승용차는 표준연비가 L당 10km 안팎에 불과하다.
가솔린 가격의 80% 수준인 경유 가격을 감안하면 연료비 대비 연비는 50% 정도 높은 셈이다.
고압 다중분사 방식의 연료분사나 가변 터보차저 등 신기술에 힘입어 디젤엔진의 성능도 괄목할 수준으로 높아졌다. 실제로 1992년 현대정공이 생산한 갤로퍼는 배기량이 2500cc지만 힘은 73마력에 불과했다. 하지만 최근 나오는 디젤 자동차는 2000cc임에도 170마력을 웃돈다.
가솔린 모델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어 환경친화적이라는 점도 시대적 요구에 맞는다. 운전자마다 느끼는 정도는 다르지만 이전 디젤 엔진보다는 진동소음이 절반 이상 줄었다는 게 자동차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 한국도 디젤 승용차 전성시대 예감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는 국산 디젤 승용차는 9개 모델, 수입차는 30여개 모델에 이른다.
하지만 아쉽게도 국내 디젤 승용차 시장은 수입차종이 주도하고 있다.
디젤 승용차 판매가 허용된 2005년 수입차 업계는 19개 모델을 선보여 1260대를 판매했고, 지난해에는 35개 모델을 내놓아 4338대를 팔았다. 전체 수입차 판매량에서 디젤 승용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4.1%에서 10.7%로 급증했다.
이는 국내 디젤 승용차가 전체 승용차 판매대수의 3.8%에 머물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디젤엔진 수준이 상대적으로 앞선다고 평가받는 폴크스바겐은 최근 신모델인 ‘골프 GT Sport’를 내놓은 데 이어 기존 ‘골프 TDI’ 가격을 500만 원 가까이 내리는 등 거친 공세를 펴고 있다.
재규어도 ‘디젤차는 중저가 차량에 어울린다’는 통념을 뒤집고 프리미엄 세단에 디젤 엔진을 얹은 ‘XJ2.7 디젤’을 최근 선보였고, 랜드로버는 9년 만에 2200cc 터보 디젤엔진을 단 ‘올 뉴 프리랜더2’를 내놓았다.
국내 업체들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GM대우자동차가 지난해 11월과 올해 3월 각각 ‘토스카’와 ‘라세티’ 디젤 모델을 내놓았고 현대자동차도 7월 ‘i30’ 디젤 모델을 선보였다.
특히 i30는 출시 이후 3개월 동안 전체 판매대수 4984대 가운데 디젤 모델이 9.2%인 461대로 타 차종에 비해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기아자동차의 프라이드와 베르나 디젤 모델 역시 올해 전체 판매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11.9%와 25.2%로 국내 시장에서 ‘디젤 승용차의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