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각 증권사의 투자 전망은 온통 장밋빛으로 물들었다. 코스피지수 2,000을 돌파하자 일각에선 3,000∼4,000대를 내다보는 성급함을 보이기도 했다.
개별 종목에 대한 투자 의견도 사정은 비슷하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매입 혹은 보유의견을 압도적으로 많이 내놓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아무리 강세장이라도 투자자들을 울리는 종목은 생길 수밖에 없는 법. 매입 의견을 낸 증권사를 원망한들 이미 때는 늦기 마련이다.
증권사들의 매입 혹은 보유 의견이 매도 의견보다 많은 것은 비단 한국만의 현상은 아닌 듯하다. 예컨대 2000년 미국 증시에서 애널리스트들이 내놓은 2만8000건의 투자 의견 중 매도 의견은 10%가 채 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왜 애널리스트들은 항상 주식을 팔지 말라고 하는 걸까.
로버트 프랭크 코넬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 같은 현상을 그의 저서 ‘이코노믹 씽킹(Economic Thinking)’에서 ‘대가가 큰 거짓의 원리(costly to fake principle)’로 설명한다.
이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들이 매입 의견을 많이 내는 것은 개별 종목을 구성하는 상장사들이 증권사의 잠재고객이 될 수 있다는 점과 자신의 전망이 틀렸을 때의 대가를 강하게 의식하기 때문이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자신만 매도 의견을 내고 나머지 다른 애널리스트가 매입 의견을 낸 뒤 해당 종목의 주가가 오르는 상황을 감당할 자신이 없다는 것. 이는 잠재고객을 잃고 투자자들의 신망도 잃는 최악의 시나리오이기 때문이다.
결국 잘못된 투자 의견으로 손실을 본 투자자는 정보가 비대칭인 시장에서 경쟁이 낳는 ‘거짓의 대가’인 셈이다.
국내 증시에서 소신 있는 비관론을 펴다 끝내 증시를 떠난 전문가들도 어쩌면 또 다른 피해자가 아닐까.
프랭크 교수는 이런 맥락에서 주식 투자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사려 깊은 투자자라면 애널리스트의 매입 권고가 앞으로의 주가에 대해 그리 유용한 정보가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을 것이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