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완화 기대감… 한달새 급매물 대부분 팔려
일부선 “누가 당선돼도 초기에 규제 풀기 어려울 것”
“누가 될지 몰라도 대통령 선거가 재건축 규제 완화 여부를 결정짓는 고비인 것 같아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의 한 주민은 이번 대선이 재건축 규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대선이 다가오면서 ‘압구정 현대’ 등 서울 강남의 재건축 추진 아파트를 중심으로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1990년대까지 ‘강남 대표 아파트’로 군림해 온 데다 재건축에 대한 ‘갈증’이 큰 압구정 현대는 최근 한 달여 사이 급매물이 대부분 소진되는 등 규제 완화를 노리는 수요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바로 큰 폭의 규제 완화를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섣부른 투자를 자제하라고 조언했다.
○ ‘압구정 현대’ 급매물 소진
20일 압구정 현대 주변 중개업소에 따르면 그동안 쌓여 있던 급매물 20여 채가 지난달부터 최근까지 대부분 팔렸다. 주택 거래가 별로 없는 요즘 분위기와 이 아파트의 매매가가 10억∼30억 원대의 고가(高價)라는 점을 감안하면 다소 이례적이라는 게 중개업소들의 설명.
최근 매매가를 보면 구(舊)현대아파트 145m²(44평형)가 22억5000만 원, 현대사원아파트 215m²(65평형)는 32억5000만 원 선이었다. 106m²(32평형) 등 구 현대 중소형 아파트도 13억∼14억 원 정도에서 급매물이 모두 빠졌다.
부동산정보업체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현대사원아파트 116m²(35평형)의 매매가 상승률은 8월 0%, 9월 0.36%, 10월 1.8% 등으로 최근 오름세를 보였다.
강남권 부동산 시장을 쥐락펴락한다는 이른바 ‘아줌마 부대’들이 ‘압구정 현대’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초고층으로 재건축이 되면 상당한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
용적률(대지 면적 대비 건물 연면적 비율) 완화 등 주택 수를 늘리는 조치가 없어도 층고 제한만 풀어 주면 강남 최고의 아파트로 불리는 ‘삼성동 아이파크’처럼 조망권을 극대화한 형태로 다시 지을 수 있다는 것이다.
○ “대폭 규제 완화 쉽지만은 않을 듯”
최근 현대아파트에 매매 수요가 유입된 것은 서울시의 정책과 일부 연관이 있다. 신재생 에너지 사용 등 친환경적으로 재건축을 하면 용적률과 층고 제한 등의 재건축 규제를 일부 풀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대선 후보들이 지금까지 밝힌 부동산 공약 가운데 재건축 규제 완화가 포함돼 있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재건축 규제와 관련해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와 이인제 민주당 후보는 ‘완화’하겠다는 견해를 피력한 반면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와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는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전문가 사이에서는 이 시나리오가 실현되더라도 단기간에 재건축 규제를 풀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재건축 규제 완화에 착수하는 순간 강남을 중심으로 집값이 요동칠 가능성이 많은데 내년에 한 표가 아쉬운 4월 총선을 앞두고 이런 무리수를 두겠느냐는 논리다.
현도컨설팅 임달호 사장은 “재건축은 강남지역에 주택을 공급하는 거의 유일한 수단인 만큼 장기적으로 집값 안정을 위해 규제를 푸는 게 바람직하다”면서도 “하지만 누가 정권을 맡든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일은 꺼리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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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