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의 ‘떡값 로비’ 의혹이 확대되고 있다. 현 정부의 대통령법무비서관을 지낸 이용철 변호사는 2004년 1월 삼성전자 법무팀 이경훈 변호사 명의의 택배로 온 현금 500만 원을 받아 돌려줬다고 공개하며 당시 찍어 두었다는 현금 사진을 함께 공개했다.
이 전 비서관이 돈을 받은 시점은 2002년 대선자금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될 때였다. 삼성은 “회사 차원에서 그런 돈을 준 적이 없고 주라고 지시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이 변호사가 개인적으로 돈을 보냈다는 것인지, 검찰이 수사를 통해 밝힐 수밖에 없다.
삼성그룹 법무팀장을 지낸 김용철 변호사가 제기한 삼성 비자금 의혹에 대해서는 범여권과 한나라당이 각각 특별검사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각 당의 견해차가 커서 통과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청와대는 법안 내용의 과잉성 등을 들어 거부권 행사를 시사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검찰이 실체적 진실을 밝혀낼 수밖에 없다.
관련 의혹을 폭로한 김용철, 이용철 변호사의 행태에도 문제가 적지 않다. 김 변호사는 7년 동안 삼성에서 100억 원 이상을 받고 근무했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스스로 숱한 범죄를 저질렀던 사람이 갑자기 ‘양심선언’을 하고 나서는 배경이 석연찮다. 이 변호사는 법무비서관 시절에 받았던 돈에 대해 사진까지 찍어 놓고 4년 동안 침묵하다 뒤늦게 공개했다. 모두 동기의 순수성을 의심받을 만하다.
검찰은 삼성 의혹 사건을 전담할 특별수사·감찰본부장에 박한철 울산지검장을 임명하고 대규모 수사팀을 구성하기로 했다. 검찰총장 내정자를 비롯한 검찰 간부들이 수사 대상인 만큼 제대로 진상을 규명할 수 있을 것으로 믿지 않는 시각도 있다. 그럴수록 검찰은 엄정하게 성역 없는 수사를 함으로써 특검 수사를 불러들이는 수모를 당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삼성 수사가 ‘삼성 죽이기’가 아니라, 기업의 투명경영을 위한 환경 조성이 목표가 돼야 한다는 데 국가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