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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안다녔지만…” 대학강단 서는 한학자

입력 | 2007-11-21 03:00:00


필암서원 등서 한문보급 박래호 씨 전주대서 강의

“자신을 낮추고 남을 배려하는 겸양지덕의 철학을 후학들에게 가르치고 싶습니다.”

정규교육 과정을 전혀 거치지 않은 60대 한학자가 대학 강단에 선다.

평생 한학(漢學)의 외길을 걸어온 노강 박래호(65·사진) 동양학연구원장은 지난달 전주대 한문교육학과 객원교수로 위촉돼 내년 3월부터 강의를 시작한다. 강의 과목은 논어 맹자 대학 중용 등 유교의 대표적인 경전이다.

전남 장성군에서 태어난 박 원장은 다섯 살 때 한학에 입문했다. 한학자인 아버지에게서 천자문과 사자소학을 배운 뒤 장성군과 담양군의 유학자들을 찾아다니며 사서삼경을 익혔다.

23세 때인 1965년에는 전남 화순군 동복면에 있는 서당의 훈장을 맡았으며 1977년부터는 장성의 필암서원과 봉암서원 집강(執綱)으로 활동하며 한문 보급에 힘써 왔다.

고문집 번역 전문가이기도 한 그는 지금까지 ‘면앙정 문집’, ‘고광순 문집’, ‘박광옥 문집’ 등 30여 권을 번역했다.

이번에 박 원장이 대학 강단에 서게 된 것은 지난 30여 년간 필암서원 등에서 여름방학 때마다 대학생들에게 한학을 가르친 것이 계기가 됐다. 그의 해박한 강의에 대한 입소문이 퍼져 전주대가 강의를 요청한 것.

박 원장은 “선현들의 학문과 사상을 젊은 학생들에게 전수할 기회를 얻게 돼 기쁘다”면서 “맹자의 삼락(三樂) 중 하나가 천하의 영재를 얻어 가르치는 것인데 나는 맹자만큼이나 행복한 사람인 것 같다”며 웃었다.

“평생 공부했지만 여전히 배움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박 원장은 지금도 한 달에 한두 차례 광주에 가서 유학자인 송담 이백순(78) 선생에게 학문을 배우고 있다.

장성=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