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변호사와 연락 안돼 사실 확인 못해”
청와대 재직 시절 삼성에서 돈을 받았다 되돌려줬다고 주장한 이용철(47·사진) 전 대통령법무비서관은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돈은) 삼성그룹 차원에서 제공된 뇌물”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비서관은 이날 서울 서초구 서초동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2004년 1월 삼성전자 소속 이경훈 변호사의 명의로 배달된 책 포장의 현금 500만 원 다발은 이 변호사 개인이 준 것이 아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500만 원은 개인 차원에서는 큰돈인데 당시 이 변호사가 그 돈을 내게 줘야 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며 “선물 상자에 붙어 있는 ‘이용철(5)’라고 적힌 포스트잇도 분류 과정에서 남은 실수로 보이며 만약 이 변호사의 개인적인 뇌물이라면 그런 걸 붙일 필요가 있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또 “김용철 변호사의 말처럼 명절 때마다 관리하는 차원으로 돈을 건넨 뒤 우호적 관계를 바탕으로 나중에 활용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 같다”며 “돈을 받은 사실이 청와대에 보고할 사항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따로 보고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돈을 받을 당시인) 3년 전에는 차떼기 정국에서도 대통령비서관에게 돈을 건넬 만큼 자신감에 차 있는 삼성에 대항해 최전선에서 싸울 용기가 없었다”며 “그러나 내부 고발자가 나온 상태에서 반부패 제도개혁 관련 일을 한 공직자 출신인 내가 김 변호사 주장의 신빙성을 증명하는 자료를 사장하는 것은 양심에 반한 일”이라고 폭로 이유를 밝혔다.
이에 대해 삼성그룹은 이날 “이경훈 변호사와 여전히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며 “일단 이 변호사와 연락해 사실 관계를 확인해야 회사의 공식 방침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의 한 임원은 “다음 주부터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면 경영에 큰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며 “모든 진실이 신속하게 가려지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 비자금’ 의혹 사건 수사를 맡은 박한철(54) 특별수사·감찰본부장은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 비자금 조성, 정관계 로비 의혹 등 세 가닥을 중심으로 성역 없이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박 본부장은 이날 정상명 검찰총장을 면담하기 위해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에 들러 기자들과 만나 “검찰의 자존심과 명예가 걸려 있는 만큼 ‘특검 수사가 필요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단단한 각오로 수사에 임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