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조세포탈 및 업무상 횡령) 혐의로 청구됐던 허재호(65) 회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이 20일 법원에서 기각됨에 따라 대주그룹은 외견상 위기탈출의 계기를 맞게 됐다.
▶본보 19일자 A16면 보도
‘위기의 대주그룹’ 지역경제 먹구름
이례적으로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했던 광주시장과 전남지사를 비롯한 지역 인사들과 광주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들도 허 회장 구속으로 미칠 지역경제에 대한 파문이 일단 가라앉을 것으로 보고 한숨 돌리는 모습이다.
그에 대한 구속영장이 재청구될 것인지, 또다시 영장을 기각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은 여전히 검찰과 법원의 몫으로 남아 있다.
이 마당에 허 회장과 대주 측이 되새겨야 할 원칙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
적어도 회생의 기회를 준 지역사회에 화답하는 차원에서라도 현재의 위기상황을 소상히 설명하고 공개적인 극복 의지와 대책을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상상을 초월하는 6조4000억 원대의 그룹 총부채 규모와 상환 계획을 설득력 있게 내놓아야 한다.
대주건설 대한화재를 비롯한 계열사 및 자산 매각을 통해 당장 해결할 수 있는 채무규모가 얼마인지, 연차적인 상환능력은 있는지 구체적 근거를 제시하고 지역 주민의 신뢰를 얻는 일이 급선무이다.
이 같은 투명경영이야말로 연쇄도산 위협에 시달리고 있는 1500여 협력업체와 1만여 아파트 입주대기자 및 3000여 임대아파트 거주자들의 불안을 해소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우리가 따가운 눈총을 무릅쓰고 사법당국에 선처를 호소했던 것은 가뜩이나 취약한 지역경제에 미칠 파장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며 “이번 사태를 통해 기업의 공적 책임을 절감하고 실천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권 기자 goqu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