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으로 설득하라… 면접위원이 뽑은 의상 GOOD & BAD
《국내 모 기업 면접실. 서류전형과 실무평가를 통과한 두 명의 지원자가 면접관들과 마주하고 있었다.
지원자 A는 실무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 합격 안정권에 있는 상황. 지원자 B는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A는 가만히 있어도 번쩍거리는 ‘은갈치’ 양복을 입고 흰색 스니커즈를 신는 등 화려한 차림이었다.
패션에서 자신감이 배어 나왔다.
반면 B는 단정한 느낌을 주는 무난한 검은색 정장 차림이었다.
면접관들은 누구에게 더 좋은 점수를 줄까.
아무리 시험성적이 좋더라도 은갈치 양복과 흰색 운동화 차림의 지원자를 좋아하는 면접관은 찾아보기 힘들다.
한 인사 담당자는 “패션도 중요한 면접의 포인트”라며 “다른 여건은 모두 좋더라도 ‘날라리’ 같은 인상을 주는 지원자는 떨어질 각오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패션도 하나의 설득 수단이다.
“의상은 평가 대상이 아니다”라는 말을 믿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값싼 옷을 입었다고 해서 감점 요인이 아니라는 정도로 해석하는 게 좋다. 옷차림도 전략이다. 지원자의 첫인상을 결정짓는 면접 패션은 중요하다.
면접관들에게 호감을 줄 수 있는 패션 코드는 무엇일까? 매년 공개채용으로 신입사원을 뽑는 삼성전자 SK텔레콤 KT 포스코 신한은행 등 국내 대기업 5곳의 면접관들에게 패션에 대해 물어봤다.
면접관들이 말하는 ‘합격 패션’과 ‘불합격 패션’은 어떤 것일까?
○ “자네, 합격이야” 패션 코드… ‘무채색+화사한 셔츠’
면접관들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면접 패션의 핵심은 두 가지. 단정과 깔끔이다. 면접관들이 가장 단정하다고 생각하는 패션 코드는 무채색 계열 의상으로 ‘어두운색 재킷+화사한 톤의 셔츠’ 조합이다.
남성의 경우 검은색이나 회색 정장에 흰 셔츠나 파란색 계통의 파스텔톤 셔츠가 주로 꼽혔다. “무난하면서도 신뢰감을 주는 이미지”라는 게 면접관들의 추천 이유였다. 여성의 경우 볼륨감 없는 무채색 정장에 아이보리 색 블라우스나 시폰 소재의 블라우스를 받쳐 입어 여성스러운 인상을 주는 것이 좋다. 하지만 무늬가 지나치게 화려하거나 빨강, 노랑 등 원색 계열인 블라우스를 입을 경우 무채색과 대비돼 너무 튀어 보인다.
줄무늬는 ‘과유불급’이다. 남성의 경우 ‘줄무늬 재킷+줄무늬 셔츠+줄무늬 넥타이’ 차림을 하면 혼란스럽게 보여 탈락의 지름길이 될 수 있다.
면접관들이 추천한 줄무늬 코디법은 ‘흰색 민무늬 셔츠+사선무늬 넥타이’ 또는 ‘세로 줄무늬 셔츠+단색 넥타이’였다. 줄무늬는 하나의 포인트로만 이용하는 게 좋다.
단색 넥타이로는 밝은 색을 선호했다. “정장 속에서 개성을 드러내는 유일한 액세서리” “밝은 색은 젊고 진취적인 느낌을 준다”는 이유였다.
구두의 경우 남녀 모두 굽이 낮은 단화나 색상이 튀지 않는 스니커즈를 추천했다. 면접관들은 “구두 굽 소리도 채점의 대상”이라며 “소리가 클 경우 면접관들의 신경을 거스르게 해 감점이 된다”고 말했다.
이미지를 결정하는 데 의상만큼 중요한 것은 헤어스타일. 남성은 젤이나 왁스로 다듬어 위로 올린 스타일이, 여성은 차분히 내려 어깨에 닿은 스타일이 호감을 준다. 면접관들은 “남성의 경우 이마가 드러나 신뢰감을 주고, 여성의 경우 생머리 형태로 차분함을 보여 주는 게 핵심”이라고 입을 모았다.
○ “자네 옷이 왜 그런가” 패션 코드… ‘고은찬 패션’은 불합격
‘곤색 양복의 신화’는 깨진 걸까? ‘면접 불패 패션’으로 여겨졌던 감색 양복(일명 ‘곤색 양복’)은 ‘불합격 패션’으로 변하고 있다.
40년 넘게 국내 면접 역사를 대표했던 감색 양복은 단정함의 대명사로 불리지만 면접관들은 “너무 고루하다” “신입사원답지 않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최근 유행하는 광택 있는 소재의 ‘은갈치 양복’ 역시 불합격 패션으로 꼽혔다. 특히 ‘은갈치 양복+검은색 셔츠+검은색 넥타이’ 식의 코디에 대해 “날라리 같다” “검은색을 겹쳐 입어 폐쇄적이고 고집스러운 이미지다”는 등의 평가가 이어졌다.
바지의 경우 쫄바지 스타일이나 스키니진 등 달라붙는 바지는 양복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또 ‘양복+흰색 운동화’도 좋지 않은 패션으로 지적됐다. “스포티하고 활동적인 느낌을 주려 하지만 어색하다”는 것이 면접관들의 설명.
여성의 경우 불합격 패션은 ‘톰보이룩’이었다.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의 여주인공인 고은찬(윤은혜 분)의 영향으로 남성스럽게 옷을 입는 것이 유행했지만 경호원을 연상케 하는 정장이나 미소년 같은 짧은 머리 등은 이미지가 너무 강해 역효과를 일으킨다. 또 미니스커트나 빨강, 노랑 원색 정장 등 지나치게 화려한 옷도 불합격 패션으로 지적됐다. 면접관들은 터프하거나 섹시한 이미지보다 차분하고 단아한 느낌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헤어스타일은 남성의 경우 파마, 꽁지머리, 번개머리 등 파격적인 스타일도 나쁜 인상을 주는 것으로 지적됐다. ‘2 대 8’이라 불리는 가르마 탄 헤어스타일도 감색 양복과 함께 “시대에 걸맞지 않은 모습” “면접을 너무 의식한 모습” 등의 이유로 불합격 패션으로 선정됐다.
뒤로 넘겨 묶은 여성의 머리 역시 “부자연스럽다”는 평가를 받았다.
글=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사진=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