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씨름의 최강자 박한샘 (전주대)이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우며 국내 최고의 장사가 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전주=황태훈 기자
최근 대학장사씨름 한마당 1차 대회 장사급(무제한급) 우승을 차지한 뒤 김용웅 전주대 감독(왼쪽)과 포즈를 취하고 있는 박한샘. 전주=황태훈 기자
《11년 전. 인천 부개초등학교에 키 작고 통통한 한 소년이 있었다. 농구를 좋아하던 소년은 ‘살이 쪘다’는 이유로 농구부 입단을 거절당했다. 하지만 그의 몸집을 눈여겨본 학교 체육교사가 씨름을 권했고 소년은 씨름 선수가 됐다. 이 소년은 부평중 시절 씨름이 힘들어 럭비 선수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에게 씨름은 ‘운명’이었다. 인항고에 입학해 다시 샅바를 잡았다. 대통령배 대회에서 우승하며 가능성을 인정받았고 전주대에 입학해서는 대학 최강 자리에 올랐다. 지난해 대학씨름 2관왕에 이어 15일 MBC-ESPN 대학장사씨름 한마당 1차 대회 장사급(무제한급) 우승을 차지한 박한샘(23). 전주대 캠퍼스 야외 씨름장에서 박한샘을 만났다. 키 191cm, 몸무게 143kg의 육중한 몸매와는 달리 그는 수줍음이 많았다. 대학 졸업반인 그는 “운동에만 몰두하느라 아직 여자 친구도 없다”며 부끄러워했다.》
▽어머니는 씨름광=내가 씨름에 입문한 건 어머니 영향이 컸다. 어머니는 평소에 씨름 마니아였다. 인천지역 ‘주부 씨름왕’에 올랐을 정도로 기술도 좋았다. 내가 씨름 선수가 되겠다고 했을 때 보약을 지어 줄 정도로 도와주셨다.
▽라이벌=9월 추석장사씨름대회 청룡급(105kg 초과) 우승을 차지한 윤정수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동창생인데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내년에 실업무대에 진출하면 꼭 꺾고 싶다.
▽필살기=내 주무기는 ‘안다리걸기’다. 상대 선수를 힘으로 몰아붙이다 안다리걸기로 쓰러뜨리는 짜릿함이 좋다. 앞으로 잡채기 들배지기 등 다양한 기술을 익혀 실업 최강에 도전할 생각이다.
▽하루 일과=오전 5시 반에 일어나 달리기와 토끼뜀으로 몸을 풀고 오전 수업을 받은 뒤 오후 3시부터 2시간 동안 실전연습을 한다. 오후 8시부터 헬스장에서 체력훈련을 한 뒤 10시쯤 잠자리에 든다. 밥은 보통 사람처럼 하루 세끼만 먹는다.
▽10년 뒤?=대학교수나 선생님이 됐으면 좋겠다. 내 전공(체육교육)을 살려 대학원에 진학해 공부를 계속할 생각이다. 이론을 직접 보여 줄 수 있는 교육자가 되고 싶다.
▽한샘=할아버지가 지어 준 순수 우리말 이름이다. ‘한 우물만 파라’는 뜻이라고 한다. 김용웅 전주대 감독은 “한샘이는 씨름부 주장으로서 후배들을 잘 이끈다. 몸이 유연해 체력만 보완하면 실업에서도 최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 동영상 촬영 : 동아일보 스포츠레저부 황태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