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설립 규제로 7년간 신규용지 공급 안돼
1년새 50% 뛰기도… 일부 공장주 땅장사 전업
“신도시로 지정되는 바람에 4년 만에 공장을 또 옮겨야 합니다. 주변 땅값이 너무 올라 이사할 곳을 찾기가 힘든 상황입니다.”
LG전자에 휴대전화 부품을 납품하는 박모 사장은 공장 이전 때문에 걱정이 태산이다. 2003년 원래 공장이 있던 곳이 경기 화성시 동탄1신도시 용지로 수용돼 바로 옆으로 옮아왔지만, 올해 이 지역이 동탄2신도시로 지정되면서 불과 4년 만에 또 이사를 해야 하는 것.
공장총량제와 신도시 개발 등의 여파로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의 공장용지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일부 지역은 3.3m²(1평)당 이미 500만 원을 넘어서 산업용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는 지적도 나와 수도권 경쟁력에도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 국가산업단지 땅값도 50% 뛰어
22일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9월까지 전국 땅값 누적 상승률은 2.7%. 용도별로는 공장용지가 3.19%로 주거용(2.84%)이나 상업용(2.47%) 토지를 제치고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특히 서울의 공장용지 가격은 이 기간에 4.03%, 인천은 4.47%, 경기는 3.38% 오르는 등 수도권 일대 공장용지의 상승폭이 두드러졌다.
실제로 수도권의 대표적 국가산업단지인 인천 남동공단은 작년 6월 3.3m²당 350만 원 정도에 거래됐지만 지금은 550만 원에 이른다. 1년 남짓한 기간에 50% 이상 오른 셈.
○ 수도권 산업경쟁력 약화
공장용지 값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보다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 수도권에는 공장 설립을 제한하는 공장총량제로 인해 2000년 시화공단 분양을 끝으로 7년 동안 신규 용지 공급이 없었다. 반면 신도시 등 각종 개발계획이 쏟아지면서 해당 지역에 있던 공장들은 밖으로 밀려나 신규 용지를 찾고 있고, 보상금이 풀리면서 인근 땅값은 뛰는 현상이 빚어졌다. 공장용지 값이 오르자 아예 ‘땅 장사’로 전업하는 공장주들도 늘고 있다.
8월 말 현재 남동공단 입주 업체 4311개사 가운데 임차 업체는 50.5%인 2179개사로 이들에게 세를 놓은 땅주인 가운데 상당수는 원래 이곳에서 공장을 운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직 건교부 고위 간부는 “정부의 주택정책이 산업정책까지 왜곡해 수도권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화성=이종식 기자 be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