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엘로와 아름다운 은행가/데이비드 앨런 브라운 지음·김현경 옮김/372쪽·2만9000원·휴먼&북스
르네상스의 3대 거장으로 불리는 라파엘로가 1512년경 피렌체의 은행가 빈도 알토비티의 초상화를 그렸다. 이 그림은 역동적 구상과 신비스러운 표정으로 걸작 중 하나로 손꼽혔지만, 그에 대한 대접은 롤러코스터를 탄 것 같다. 라파엘로의 자화상이라는 논란으로 유럽 귀족의 총애를 한껏 받았으나 19세기 말 사실이 드러나면서 버림받는다. 하지만 20세기 미국에서 전시되면서 화려한 명성을 되찾는다. 이 일화는 그림의 가치가 무엇에 의해 결정되는가를 냉정하게 보여 준다. ‘묻지 마 투자’가 성행하는 한국 미술시장에서 한 번은 새겨야 할 이야기다.
허엽 기자 h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