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可(불가)는 ∼할 수 없다는 뜻도 되고 ∼해서는 안 된다는 뜻도 된다. 여기서는 전자에 해당한다. 繫(계)는 잡아매다 또는 묶는다는 뜻이다. 끈이나 띠를 가리키기도 하고 구속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繫留場(계류장)은 배나 비행기를 대고 매어두는 장소 또는 가축을 매어두는 곳을 가리킨다. 현대에 안전띠를 매는 것도 繫(계)라고 하는데 중국에서는 간체자인 系(계)를 쓴다.
影(영)은 그림자이다. 거울이나 물에 비친 모습이 포함된다. 형체나 초상을 뜻하고 빛이나 햇살을 뜻하기도 한다. 본뜬다는 뜻도 있다. 影幀(영정)은 족자에 그린 화상, 影印本(영인본)은 원본을 사진술이나 과학적 방법으로 복제한 인쇄물이다. 捕(포)는 붙잡다 또는 사로잡다의 뜻이다. 捕獲(포획)은 짐승이나 물고기를 잡거나 적병을 사로잡는다는 뜻이고 捕盜廳(포도청)은 조선시대에 도둑이나 범죄자를 잡기 위해 설치한 관청이다.
바람을 잡아매거나 그림자를 잡을 수는 없다. 따라서 그런 행동은 모두 실현 가능성이 없는 허망한 짓이다. 繫風捕影(계풍포영)이나 繫影捕風(계영포풍) 또는 捕風捉影(포풍착영)은 모두 그런 허망한 행동을 비유하고 풍자하는 말이다.
시간도 바람이나 그림자처럼 잡아둘 수가 없다. 그래서 시간과 세월을 바람과 그림자에 비유하고 繫風捕影(계풍포영)으로 붙잡아두고 싶은 안타까움을 나타낸다. 어차피 붙잡아둘 수 없는 시간이라면 열심히 공부나 일을 하든지 아니면 흥겹게 놀아야지, 아무 의미도 없이 그냥 흘려보낼 수는 없다. 이 구절은 허망한 짓을 하지 말라는 경고와 시간을 아끼라는 충고를 동시에 담은 말이다. 宋(송)나라 때의 ‘太平廣記(태평광기)’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