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상파울루 증권거래소에서 직원들이 분주히 주식을 거래하고 있다. 브라질 경제는 최근 경제성장과 대규모 유전 발견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상파울루=AFP 연합뉴스
브라질 상파울루의 대표적인 가전 매장인 패스트숍에서 만난 고객들은 LG전자 삼성전자 등 한국 업체의 제품이 인기라고 말했다. 상파울루=공종식 특파원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잭 니컬슨 주연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 제목이다. 요즘 브라질 상황을 보면 이보다 더 좋은 표현이 없을 듯싶다. 면적 854만 km²(한반도의 37배), 인구 1억8000만 명으로 남미의 대국인 브라질이 요즘 뜨고 있다. 자원 부국인 브라질은 최근 몇 년 사이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경제가 장기 호황 국면에 들어섰다. 최근에는 추정 매장량이 50억∼80억 배럴의 대형유전도 발견돼 경사가 겹쳤다.》
○서서히 이륙하는 브라질 경제
14일 브라질 최대 도시인 상파울루의 쇼핑시설 밀집지역인 모룸비. 기자가 머물던 호텔에서 4km도 안 되는 짧은 거리였지만 교통정체 때문에 택시로 1시간이 넘게 걸렸다. 경제가 좋아지면서 자동차 판매량이 급증한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브라질의 연간 자동차 내수시장 판매량은 2000년 138만 대에서 2004년 148만 대, 2005년 162만 대, 2006년 183만 대로 급증하고 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26.2% 증가한 231만 대가 팔리고 2009년에는 310만 대가 팔릴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 경제가 ‘잘나가고’ 있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지표는 환율. 2003년 초만 해도 달러당 3.5헤알이었으나 지금은 달러당 1.7헤알로 강세다. 브라질에서 유엔 관련 기관에 근무하고 있는 티아구 파두아 씨는 “브라질 경제가 이처럼 장기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사상 처음”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도 뜨고 있다. 상파울루 곳곳에서는 빌딩 신축 공사가 한창이다.
고급 주택 수요가 늘어나면서 허허벌판이었던 곳이 고급 아파트촌으로 변모하고 있다. 매년 수천 채의 신축 아파트가 지어지고 있지만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해 상파울루의 외국 기업 주재원들이 렌트용 주택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브라질 내수 호황 속에 신나는 한국 기업
14일 오후 상파울루 중심가에 있는 프리미엄 전자제품 매장인 패스트숍. 액정표시장치(LCD) TV, 양문형 냉장고 등 고가의 가전제품들이 전시돼 있었다. 언뜻 봐서는 미국의 대형 전자제품 매장에 와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이곳에서는 삼성전자, LG전자 제품이 소니와 함께 가장 위치가 좋은 곳에 전시돼 있다. 그만큼 소비자들의 선호가 높다. 이곳에서 만난 올란두 앙드레이드(37) 씨는 “미국 달러화 기준으로 3000달러 안팎의 가격대에서 거실에 놓을 만한 TV를 고르고 있다”며 “화질을 보니 한국산 제품이 가장 마음에 들어 한국산 제품을 살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브라질 가전 시장에서 LG전자와 삼성전자의 실적은 눈부시다. LG전자는 지난해 매출액이 18억 달러로 전년 대비 46% 증가했다. 삼성전자도 지난해 브라질에서 매출액이 16억 달러에 이른다. 두 회사는 LCD, 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 TV 등 고급 TV 제품군에서 이미 프리미엄 브랜드로 확실하게 이미지를 구축했다. 시장점유율에서도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다. 두 회사는 브라질에서 인기가 높은 프로축구팀을 후원하는 등 다양한 마케팅을 펼치면서 현지 소비자들 사이에서 호감도가 높아지고 있다.
현지 공장이 없어 불리한 여건에서 경쟁해야 하는 현대자동차도 판매량이 급증했다. 2002년 1123대에서 지난해에는 7511대로 늘어났고 올해 수출량은 3만 대에 육박할 것으로 회사 측은 예상했다.
○국제사회에서 커지는 브라질의 발언권
브라질은 인도 등과 함께 유엔 상임이사국 진출을 희망하지만 아직 꿈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대규모 유전의 발견으로 경제성장이 지속되면 그만큼 국제사회에서 브라질의 입김이 커져 상임이사국의 실현 가능성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김건영 KOTRA 상파울루 관장은 “브라질은 10여 년 전만 해도 모라토리엄(대외채무 지불유예) 위기에 몰렸고 화폐 가치가 폭락해 어려움을 겪었다”며 “지금도 과다한 규제와 빈부 격차 등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지만 최근 경제가 장기 상승곡선을 타면서 경제대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브라질 주요 경제지표-2002년2003년2004년2005년2006년2007년GDP(달러)4594억4933억6050억7960억1조660억 -1인당 GDP(달러)26312789341743215705 -경제성장률(%)1.9―0.24.92.33.7*4.5물가상승률(%)12.59.37.65.73.1*3.7무역수지(달러)131억248억337억447억460억309억(9월까지)외국인직접투자(달러)165억101억181억151억187억280억(9월까지)2007년 통계의 *표시는 전망치. 자료: 브라질중앙은행, KOTRA
상파울루=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