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CMO이어 한국코카콜라 고경곤 상무 영입
남용 부회장 “글로벌 마케팅 역량 강화” 가시화
올 1월 남용 부회장 취임 이후 ‘글로벌 마케팅 역량’ 강화를 강조해 온 LG전자가 최근 마케팅 전문가를 또 영입했다.
26일 한국코카콜라와 LG그룹에 따르면 고경곤(44) 한국코카콜라 마케팅 담당 상무가 LG전자 중국총괄의 마케팅 팀장(상무)으로 영입돼 최근 정식 업무를 시작했다.
신임 고 팀장은 한국코카콜라에 재직할 때 1998년 프랑스 월드컵과 2002년 한일 월드컵 마케팅을 주도적으로 이끈 ‘스포츠 마케팅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LG그룹의 한 관계자는 “2008년 중국 베이징(北京) 올림픽을 겨냥한 인사로 알고 있다”며 “고 팀장은 스포츠 마케팅뿐만 아니라 중국에 맞는 ‘현지화 마케팅’에도 상당한 능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에서는 고 팀장 같은 마케팅 전문가의 영입이 이제 ‘뉴스’가 아닐 정도로 수시로 이뤄지고 있다. 이를 두고 전자업계에서는 “남 부회장이 LG전자를 ‘마케팅 왕국’으로 만들려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남 부회장은 3월 컨설팅회사인 맥킨지의 마케팅 전문가인 박민석(38) 씨를 최고전략책임자(CSO·부사장)로 전격 발탁했고, 최근에는 미국 화이자의 동북아 지역 책임자인 더모트 보든(49) 부사장을 최초의 외국인 최고마케팅책임자(CMO)에 임명했다.
LG전자의 마케팅 역량 강화는 전문가 영입에 그치지 않고 조직 개편과 기술 및 제품 개발에도 상당한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남 부회장은 1월 초 첫 임원회의에서 “각 지역과 국가의 고객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반영해 그 지역에 맞는 마케팅 전략을 고안하고 실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 회사는 기존 제품별 마케팅 조직을 지역별 조직으로 재편했다.
LG전자는 최근 기존의 단순한 고객 만족도 조사를 ‘LG 제품을 지인들에게 추천할 것인지’까지 측정하는 ‘순추천고객지수(NPS·Net Promoter Score)’로 전부 바꿨다. 이 역시 “고객의 만족이 말로만 그치지 않고, 다시 LG 제품을 사고 다른 소비자에게 제품을 권하는 행동으로 이어지는 마케팅이 돼야 한다”는 남 부회장의 지시에 따른 조치이다.
이 회사의 한 임원은 “고객이 스스로 깨닫지 못하는 요구나 가치까지도 자세히 통찰해서 발견해 제품에 반영하는 ‘소비자 인사이트(Insight) 마케팅’에 다걸기(올인)를 한 분위기”라고 말했다.
남 부회장의 이런 ‘마케팅 드라이브’에 대해 “시장의 흐름을 반영한 올바른 선택”이란 긍정적 평가가 우세하지만 “구체적 성과는 내년 실적을 봐야 제대로 판단할 수 있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