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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기부 예산 선거자금 전용 의혹…‘安風 사건’ 7년째 재판중

입력 | 2007-11-27 03:04:00


한나라당의 전신인 민자당과 신한국당이 1000억 원이 넘는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 예산을 빼돌려 1995년 6·27지방선거와 1996년 15대 총선 때 선거자금으로 썼다는 의혹이 제기됐던 이른바 ‘안풍(安風)’ 사건이 지금까지 끝나지 않고 있다.

26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국가가 안풍 사건의 두 당사자인 강삼재 전 한나라당 의원과 김기섭 전 안기부 운영차장 및 한나라당을 상대로 낸 900억 원대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변론 준비 기일이 28일 열린다.

강 전 의원과 김 전 차장은 안기부 예산 1197억 원을 불법 전용한 혐의로 기소됐지만 2005년 10월 대법원에서 무죄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형사재판의 판결은 확정됐지만 별개의 민사재판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것.

국가는 강 전 의원과 김 전 차장이 기소된 6일 뒤인 2001년 1월 22일 두 사람을 상대로 “국가 예산을 불법적으로 사용했으니 이를 물어내라”며 940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고 이 소송이 7년째 계속되고 있다.

민사소송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것은 재판부와 소송 당사자들이 형사재판의 확정판결이 나오기를 기다렸기 때문이다. 민사재판의 변론기일이 2001년과 2002년에 한 차례씩만 있었고 이후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뒤인 2005년 12월에야 다시 변론기일이 열렸다.

강 전 의원과 김 전 차장이 무죄의 확정 판결을 받자 법무부는 한때 민사소송을 취하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으나 사건 관련 기록을 검토한 뒤 민사재판의 결과는 형사재판과 다를 수 있다고 판단해 소송을 계속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를 대리해 이 사건의 변호를 맡은 변호인 중 한 명은 “형사재판에서는 공소 제기된 범죄사실을 입증할 책임이 검사에게 있는데 검사가 국고손실 혐의를 입증하지 못해 무죄가 선고됐다”며 “그러나 민사재판에서는 재판부가 양측의 주장 중 좀 더 신빙성이 있는 쪽의 손을 들어 주는 것이므로 문제의 돈이 안기부 예산이 아니라는 것을 피고들도 입증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안풍(安風) 사건:

한나라당의 전신인 민자당과 신한국당이 1197억 원의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 예산을 빼돌려 1995년 6·27지방선거와 1996년 15대 총선에서 선거자금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던 사건. 2000년 경부고속철 차량 선정 로비 의혹에 대한 수사 도중 정체불명의 뭉칫돈이 한나라당의 차명계좌에서 발견됐고, 이 돈이 안기부 계좌에서 나온 사실이 확인되면서 불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