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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은 눈요기 대목” 한 컷의 유혹

입력 | 2007-11-27 03:04:00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은 옥외광장에 4개의 대형 이글루와 북극곰 모형을 설치했다(위). 현대백화점 본점은 다양한 크기의 호두까기 인형으로 크리스마스트리를 꾸몄다(가운데). 신세계백화점 본점은 30만 개의 전구로 명품관을 뒤덮었다. 사진 제공 갤러리아백화점, 현대백화점, 신세계백화점


신세계백화점의 인테리어를 전담하는 솔티디자인그룹 신경화 실장은 지난해 12월 프랑스 리옹의 ‘빛의 축제’를 찾았다. 남들은 2006년 연말 분위기로 들떠 있었지만 신 실장은 벌써 ‘1년 후 크리스마스’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는 리옹의 빛의 축제를 벤치마킹해 디자인한 외관 장식을 지난달 30일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선보였다.

콘셉트는 ‘빛나는 크리스마스’. 명품관을 30만 개의 전구로 뒤덮어 건물 전체가 웅장한 은빛 장관을 연출한다. 조명 설치를 위해 빛의 축제 때 리옹성당의 외관을 장식한 프랑스의 조명설치업체 ‘블라셰르’의 기술진 2명이 방한했다. 이들은 한국인 인부 20여 명과 함께 백화점 영업이 끝나는 오후 8시부터 오전 3, 4시까지 밤을 꼬박 새우며 2주간 설치작업을 진행했다.

○ 디카가 불러온 크리스마스 전쟁

연말을 앞두고 백화점과 호텔이 사진 촬영 명소가 되면서 관련업계의 외관 장식 경쟁이 치열하다. 화려한 외관 장식은 오고 가는 사람의 눈을 사로잡을 수 있는 데다 인터넷의 블로그나 미니홈피를 통해 사진이 급속히 퍼져 홍보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 장식은 보통 2, 3개월 동안 선보이지만 백화점이나 호텔은 6개월∼1년 전부터 디자인 기획을 시작한다.

백화점이나 호텔의 외관 장식 디자인은 내부의 담당부서가 맡거나 전문 디자인업체와 공동으로 진행한다. 디자인 담당자들은 해외 각지를 돌며 디자인을 구상하고 여름부터 본격적인 기획에 들어간다.

점포별로 드는 비용은 수억 원에 이른다. 롯데백화점 본점은 이번 겨울 내·외관 장식에 총 9억 원을 썼고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은 4억 원, 현대백화점 본점과 롯데호텔서울은 3억 원을 들였다. 해가 진 뒤 5∼7시간 동안 조명을 밝히는 데 드는 전기료는 점포에 따라 하루 3만∼10만 원 정도.

○ 빨라지는 점등일

일반인에게 백화점이나 호텔 바깥의 크리스마스 장식은 연말 분위기를 북돋는 양념이다. 하지만 담당자에게는 치열한 전쟁이다. 장식을 공개하기 전까지 회사 안에서도 각별히 보안을 유지한다.

백화점과 호텔의 크리스마스 장식은 쭉 있어 왔지만 경쟁 바람이 분 건 불과 2, 3년 전부터였다. 디지털카메라가 보급되면서 크리스마스 장식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디카족’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갤러리아백화점 판촉팀 이명희 대리는 “크리스마스 장식은 백화점 간 자존심 싸움”이라며 “얼마나 많은 고객이 백화점 장식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지, 고객의 평가는 어떤지를 일일이 수집한다”고 말했다.

롯데호텔서울 박재홍 부총지배인은 “호텔에 대한 고급스러운 인상을 심어 주고 사진 촬영지로 입소문을 타면 홍보 효과도 생겨 호텔업계도 외관 장식에 각별히 공을 들인다”고 말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해마다 장식에 불을 밝히는 날짜도 빨라지는 추세다. 통상 1990년대 중반에는 12월 초부터 장식을 선보였지만 1990년대 말∼2000년대 초에는 11월 중순, 최근에는 11월 초부터 점등하고 있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