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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 시장 내달 국내 개장… 탄소배출권, 첫 발급

입력 | 2007-11-27 03:04:00


탄소배출권을 기업들끼리 사고팔 수 있는 ‘한국형 탄소배출권 시장’이 다음 달 국내에서 문을 연다.

정부는 다음 달 중 감축 실적이 검증된 사업장(기업)에 처음으로 탄소배출권을 발급하고 이를 매매할 수 있는 거래시스템을 가동할 예정이다.

한국은 아직 교토(京都)의정서에 따른 의무감축 대상국이 아니기 때문에 기업들이 배출권을 강제로 살 필요는 없다. 하지만 2013년 이후 ‘포스트 교토 체제’에선 한국도 배출할당량을 지정받을 가능성이 높아 기업들의 탄소 시장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 정부, 내달 탄소배출권 첫 발급

26일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정부는 현재까지 에너지관리공단의 감축 실적 등록소에서 검증한 18개의 감축 사업에 대해 다음 달 초 공식 탄소배출권을 발급할 방침이다. 또 이를 사고팔 수 있는 온라인거래시스템도 구축해 가동할 계획이다.

이 시스템이 구축되면 매매자들이 등록소에서 거래 계좌를 개설한 뒤 가격이나 수량, 거래 조건 등을 직접 흥정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정부는 아직 기업들에 탄소 배출 저감이 의무화되지 않은 점을 감안해 당분간은 정부와 신재생 에너지 공급협약을 맺은 에너지 공기업들이 협약상 약속했던 공급량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감축 실적을 의무적으로 구매하게 해 수요를 창출한다는 구상이다.

산자부 당국자는 “민간 기업들은 배출권 구입이 의무는 아니지만 사회책임 경영이나 홍보 효과를 위해 구입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며 “카본프리(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공연을 하려는 연예인이나 환경 친화적 영업을 원하는 커피전문점 매장 등도 배출권을 구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한국에도 배출할당량이 부과되면 국내 배출권 시장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것이라는 게 정부 예상이다. 또 한국이 의무감축 대상에 포함되지 않더라도 탄소 배출을 감축한 국내 기업들이 배출권을 해외에 팔아 수익을 올릴 수도 있다.

○ 앞 다퉈 참여하는 국내 기업들

선진국들은 교토의정서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량을 내년부터 2012년까지 일정 규모씩 줄여야 한다.

온실가스 규제를 주도하고 있는 유럽연합(EU)은 이미 회원국 내 1만2000여 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배출한도를 설정해 이를 지키지 않는 곳에는 벌금을 매기고 있다. 이렇게 되니 할당량을 지키는 업체와 그렇지 못한 업체 간에 배출권 거래가 활발해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세계 탄소배출권 시장 규모는 300억 달러. 세계은행은 2010년이면 이 규모가 1500억 달러로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기업들의 배출권 시장 참여도 활성화되고 있다.

하이닉스반도체는 최근 자체 공장에서 온실가스를 감축해 얻은 탄소배출권을 시장에 판매하기로 했으며 SK에너지도 내년에 탄소 시장에 뛰어든다는 계획을 세웠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에너지 다(多)소비 기업은 앞으로 탄소 배출을 비용 상승 요인으로 인식해야 한다”며 “이에 대한 대비가 없을 경우 막대한 감축비용을 부담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