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사교계의 여왕으로 군림했던 고(故) 브루크 애스터 여사의 외아들이 어머니의 유언장을 조작한 혐의로 검찰에 기소돼 충격을 주고 있다.
26일 미국 현지 언론들은 애스터 여사의 아들인 앤서니 마셜(83) 씨가 2004년 애스터 여사의 필적을 위조해 유언장을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올해 8월 105세로 세상을 떠난 애스터 여사는 생전에 카네기홀과 메트로폴리탄뮤지엄 등 뉴욕의 명소는 물론 빈민가인 할렘의 공연장과 뉴욕 일대의 빈민층을 아낌없이 지원해 뉴요커들의 사랑을 받았다.
평소 ‘돈은 비료와 같아서 여기저기 뿌려 줘야 한다’는 지론에 따라 필요한 곳에 즉각 돈을 쾌척했던 애스터 여사는 올해 세상을 떠났을 때 2억 달러(약 1900억 원)에 이르는 유산을 남겼다.
마셜 씨의 유언장 조작 혐의가 수면으로 떠오르게 된 것은 2004년 작성된 유언장의 서명이 이전의 서명과 다르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부터. 재산 관리와 관련해 법원이 임명한 변호사는 “2004년 유언장의 서명은 이전 서명에 비해 글씨체가 굵고 선명해 위조된 흔적이 있다”고 검찰에 신고했다.
2002년 작성된 유언장에서는 아들 마셜 씨가 애스터 여사 재산의 7%만 상속받는 것으로 돼 있었지만 새로 작성된 유언장에는 재산 대부분을 상속받는 것으로 바뀌었다.
애스터 여사가 2004년에는 건강이 극도로 악화돼 유언장에 서명을 할 만한 기력이 없었을 것이라는 점도 유언장 위조 의혹을 키웠다.
검찰은 마셜 씨가 예전에 애스터 여사 소장 그림들을 팔고 거액의 수수료를 챙긴 건에 대해서도 불법성을 조사하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해에는 대학교수인 손자 필립 마셜(54) 씨가 “아버지가 할머니를 냄새나는 소파에서 재우고 콩과 오트밀만 먹이며 학대하고 있다”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당시 법원은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그 뒤 애스터 여사는 다른 사람이 돌보게 됐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