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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이민자 폭동’ 재연 조짐

입력 | 2007-11-28 03:20:00


프랑스 파리 북부 교외 지역에서 아프리카계 이민자 출신 젊은이들과 경찰이 25일과 26일 연속 충돌해 경찰 100여 명이 다치고 차량 100여 대와 건물 10여 채가 불에 탔다. 부상자 중 5명은 중태이며, 1명은 어깨에 총을 맞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태는 25일 파리 북부 비예르르벨에서 미니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하던 아프리카계 청소년 2명이 네거리에서 경찰 순찰차와 충돌해 숨지면서 시작됐다.

경찰 조사 결과에 따르면 당시 15세, 16세 된 청소년 2명이 훔친 오토바이를 타고 헬멧도 착용하지 않은 채 최고 속력으로 운전했으며 당시 우측 길에서 달려오던 순찰차는 시속 40km의 속력을 지키고 있었다.

프랑스에서 우측 길에서 오는 차량이 우선권을 갖고 있어 오토바이는 교통신호를 지키지도 않은 셈이다. 목격자들은 오토바이가 너무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어 순찰차가 충돌을 피할 수 없었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사고가 난 뒤 모여들기 시작한 젊은이들은 “경찰이 고의로 오토바이를 들이받았다”고 주장하며 화염병과 돌로 인근 경찰서를 공격해 건물 유리창을 깼으며 주차된 자동차와 경찰차 및 쓰레기 트럭 등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

이에 맞서 경찰은 최루탄과 고무탄을 쏘며 진압에 나섰다. 일부 지역에서는 젊은이들과 경찰이 육박전을 벌이기도 했다.

첫날 사건 발생 직후 중국을 방문 중인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책임을 가리기 위해 엄정한 사법당국의 조사가 진행될 것”이라며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모두 진정해 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소요 사태는 이틀째 계속됐으며 빌리에르벨뿐 아니라 인근 3개 지역으로 확산됐다. 희생자 가족의 변호인은 사건의 원인을 가리기 위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빌리에르벨 지역의 한 주민은 DPA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곳은 전쟁 상태”라며 “앞으로도 사태가 오래 지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이 단순 사고임을 강조하고 있음에도 청소년들의 반발이 계속되자 일각에서는 2005년 클리시수부아에서 두 명의 청소년이 경찰 검문을 피해 달아나다 감전사한 사건을 계기로 발생한 파리 근교 소요사태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2005년 11월에 발생한 파리 외곽의 소요사태는 이들 청소년이 감전사한 직후 그동안 누적돼 온 실업과 차별 등 사회적 불만이 겹쳐 폭발했으며 거의 두 달여 동안이나 지속돼 큰 사회적 혼란을 야기했다.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