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 10만 명 돌파를 눈앞에 둔 소극장 창작극 ‘오아시스 세탁소 습격사건’. 사진 제공 극단 모시는 사람들
《연극 ‘오아시스 세탁소 습격사건’이 곧 관객 10만 명을 돌파한다(28일 현재 9만9032명).
“영화로 치면 한국 영화 관객 1000만 명에 맞먹는 기록”(남기웅 서울연극협회 사무총장)이라는 말처럼 ‘오아시스…’의 10만 관객이 갖는 의미는 크다.
객석 100석의 소극장에서 10만 명을 채우려면 공연이 시작된 뒤 거의 매일 매진을 기록했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1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창작극은 ‘용띠 위에 개띠’, ‘바쁘다 바뻐’두 작품 정도(서울연극협회 자료). 그러나 이 작품들은 10년 넘게 공연을 올려 얻은 결과.
2005년 9월 공연을 시작한 ‘오아시스…’는 불과 2년 3개월 만에 값진 결과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대학로를 점령한 뮤지컬에 밀려 스타 캐스팅으로도 찬바람 날리는 것이 요즘 연극의 현실.
그런 점에서 ‘오아시스…’에는 분명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이 작품의 5가지 성공 비결은?》
[1] ‘강남 스토리’보다는 ‘강북 스토리’로
‘오아시스…’는 허름한 세탁소를 무대로 옷에 얽힌 서민들의 애환을 다룬 작품이다. TV 드라마에서 흔히 등장하는 압구정동이나 청담동의 ‘럭셔리’한 카페도, ‘꽃미남 실장님’ 같은 능력남도 등장하지 않는다. 30년간 세탁소를 했지만 딸 어학연수 보낼 돈이 없어 한숨짓는 어머니, 수선료 1만 원에 벌벌 떠는 동네 처녀 등 평범한 이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다.
제작자인 이춘완 극단 ‘모시는 사람들’ 기획실장은 “TV나 영화와는 달리 연극을 찾는 관객들은 무대에서 자신들과 비슷한 이야기를 보고 공감을 얻고 싶어 하는 것 같다”며 “장기 공연에 성공하는 연극은 대부분 ‘강남’이 아닌 ‘강북’ 정서”라고 말했다.
[2] 스타 대신 작품을 주인공으로
‘오아시스…’에는 이른바 ‘티켓 파워’가 있는 스타는 단 한 명도 없다. 유명 배우 대신 덜 알려진 배우를 기용해 제작비 부담을 줄였다.
김정숙 극단 ‘모시는 사람들’ 대표는 “소위 ‘스타’ 배우를 섭외했으면 이런 결과는 안 나왔다. 적은 개런티를 받으면서도 작품에 집중해 준 배우들 덕분에 공연의 질이 올라갔다”고 말했다.
[3] 첫 3개월 버틴 전용극장의 힘
연극은 보통 입소문이 나기까지 두 달 정도 걸리기 때문에 유료 관객들이 찾아오는 시기는 대략 개막 3개월째부터로 잡는다. 이 때문에 ‘장기전’에 돌입하고 싶다면 3개월 이상 버틸 공간이 필요하다. ‘오아시스…’가 무기한 장기 공연에 돌입할 수 있는 것도 전용극장을 먼저 마련한 뒤 공연을 올렸기 때문.
[4] ‘영화와 맞짱’ 박리다매 마케팅
요즘 대학로의 웬만한 연극 티켓 가격은 2만∼4만 원. 하지만 ‘오아시스…’는 1만 원이라는 파격적 저가 정책을 썼다. 여기에 사랑티켓 할인까지 합쳐지면 5000원까지 내려가므로 영화 한 편 보는 가격에 불과하다. 그 대신 평일에 1회 공연하는 다른 연극과 달리 하루 2, 3회로 공연 횟수를 늘렸다. ‘매진’이 가능하기에 가능한 ‘박리다매’ 전략인 셈.
[5] 탄탄한 대본이 입소문 부른다
주인공인 세탁소 주인 강태국은 동네 노처녀의 재킷을 다리며 “올해에는 꼭 결혼하세요”라고 축원해 주는 인물. 그런 주인공이 올곧은 인생관 때문에 현실과 부닥치는 모습은 코믹하게 그려지면서도 훈훈한 감동을 준다.
공연 후기 게시판에는 “처음엔 웃기에 바빴는데 나중엔 찡하게 울린다”, “삶에 대한 따뜻한 통찰력이 돋보인다” 등 호평이 잇따른다.
아무리 싸도 작품이 나쁘면 관객은 외면한다. 2003년 동아연극상 희곡상을 수상한 ‘오아시스…’는 대본이 탄탄하다. 이 기획실장은 “‘웃기기만 하는 연극들 사이에서 좋은 작품’이라는 입소문이 돌면서 별다른 홍보 없이 관객들이 몰렸다”며 “연극이 성공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힘은 결국 작품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 오픈런 1만 원 서울 명륜동 오아시스 세탁소 습격사건 전용극장. 02-3673-08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