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 최근 보고서 “서브프라임 손실 4000억달러 이를수도”
“얕봤는데 피해 심각” 대출 줄줄이 축소
국제전문가 “대공황 이후 최대 충격파”
유럽 300억유로, 美 80억달러 긴급투입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국제 금융시장과 세계 경제 전반에 큰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8월에 사태가 발생했을 때만 해도 여파가 어디까지 미칠지 예측하지 못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국제 자금 시장의 돈줄이 마르고 실물 경제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등 ‘최악의 시나리오’로 치달을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위기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유럽중앙은행(ECB)은 26일 300억 유로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28일 80억 달러를 금융시장에 긴급 투입했다. FRB의 시장 직접 개입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현재 상황이 심각하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조치로 해석된다.
금융시장 경색의 심각성은 또 최근 국제 금융시장의 금리가 잇따라 상승하는 데서도 읽을 수 있다. 27일 3개월물 달러화 표시 리보(영국 은행 간 차입 금리)는 5.06%로 이달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융권이 금고를 닫아버리는 바람에 돈을 빌리려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달리고 있다.
26일에는 미국 최대 금융그룹인 씨티그룹이 아랍에미리트의 아부다비투자청으로부터 11%라는 높은 확정금리로 자금을 조달해 세계 금융권의 긴장을 더욱 고조시켰다. 씨티그룹이 단기적인 자금 위기에 몰렸다고는 하지만 세계 금융회사 중 가장 높은 신용등급을 누리는 씨티그룹이 고금리를 무릅쓰고 손을 벌리는 처지라면 그보다 못한 등급의 회사들이 처한 상황은 더욱 심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대공황’까지 거론하면서 사태의 여파를 경고하고 있다. 로런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26일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를 통해 “올해 8월 서브프라임 사태가 터졌을 때만 해도 그 여파가 금융시장에 국한됐지만 지금은 미국 경제 침체, 나아가 세계 경제 성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경고했다.
세계 최대 채권펀드 핌코의 투자책임자 빌 그로스 씨는 “미국은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지금과 같은 하락세를 맞은 적이 없다”면서 “주택 경기 하락과 가계 부채 증가는 소비, 대출 등에 영향을 미치고 미국의 경제성장률을 제로(0)로 끌어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골드만삭스도 최근 보고서에서 “서브프라임 사태로 인한 금융권의 손실은 4000억 달러에 이를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금융권의 여신이 크게 줄어들고 1년 이상 사태가 지속될 경우 실물 경제 침체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