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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BBK, 있는건 있다, 없는건 없다” 한다고 했는데…

입력 | 2007-11-29 20:26:00

대통합민주신당 소속 국회의원 60여 명이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BBK 주가조작 사건’ 연루 의혹에 대한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기 위해 29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을 항의 방문하고 있다. 김미옥 기자


검찰이 장고에 들어갔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BBK 주가조작 사건' 연루 의혹 수사가 막바지를 향하면서 수사결과 발표 시기와 수위 등을 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검찰은 늦어도 다음 달 5일에는 김경준(41·수감 중) 씨를 구속 기소해야 한다. 그러나 주말에는 계좌추적이 불가능하고 다음 주 초에는 공소장 및 수사결과 발표문을 가다듬어야 한다. 수사는 물론 고민할 시간도 그렇게 많지 않다는 얘기다.

최대 관건은 검찰이 수사결과 발표문에 어떤 내용을 담느냐다.

임채진 검찰총장이 26일 취임사에서 "있는 것은 있다 하고 없는 것은 없다 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발표문에 주가조작과 횡령 등 김 씨의 범죄 혐의에 이 후보의 연루 여부가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정치권에서 제기된 여러 의혹에 대한 결론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 이 후보와 김 씨가 처음 만난 시점이 언제인지, 이 후보가 BBK 명함을 사용했는지 등은 법적인 책임과는 관계가 없지만 도덕적인 책임론을 촉발시킬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

한나라당은 "검찰은 결과만 발표해야지 세세한 내용까지 공개하면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대통합민주신당은 "수사상황을 구체적으로 공개하라"며 검찰을 압박하고 있다.

둘째는 발표의 형식이다. 수사 책임자의 발언 하나 하나가 대선 후보 간 지지율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002년 10월 검찰은 이른바 병풍(兵風) 사건의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공식 기자회견을 하지 않았다. 대신 당시 수사 책임자인 서울지검 3차장실에서 기자간담회 형식으로 축소됐고, TV화면 촬영도 금지됐다.

이와 관련해 김대업 씨가 제기한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장남 정연 씨의 병역비리의혹이 근거 없다는 수사결과가 나오자 당시 여권 인사가 검찰 지휘부에 결과발표에 제동을 걸었다는 얘기가 나왔다.

올 8월 검찰은 이 후보의 서울 강남구 도곡동 땅 차명 소유 의혹을 발표할 때엔 공식 기자회견을 했다. 그러나 TV화면 촬영 없이 수사책임자인 김홍일 서울중앙지검 3차장이 미리 준비한 발표문을 읽기만 했다.

발표 시기도 민감한 대목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시간을 오래 끌수록 대선 투표일이 가까워져 발표 날짜가 늦을수록 검찰에 불리한 것 같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러나 발표 시기는 수사상황과 맞물려 있어 쉽게 예단하기 힘들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득홍 대검찰청 과학수사기획관은 29일 "김 씨가 제출한 한글계약서의 진위여부에 대한 감정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가 BBK의 실소유주를 가리는데 필요한 핵심 참고인 2명이 해외에 체류 중인 것도 검찰의 막판 수사에 변수가 되고 있다.

정원수기자 needjung@donga.com


촬영 : 김동주 기자


촬영 : 김미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