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상황 발생! 원자로 내부의 온도가 급격히 올라가고 있습니다!”
원자로의 냉각계통 배관이 파손돼 냉각재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곧바로 제어봉이 노심으로 들어가 핵분열반응을 정지시켰고, 이어 비상노심냉각장치가 차가운 물을 원자로 안으로 주입하기 시작했다. 한 시간 뒤. 원자로 내부가 안정을 완전히 되찾았다는 신호가 모니터에 뜨자 센터장이 외쳤다.
“자, 모두들 수고하셨습니다. 모의실험 끝!”
2006년 말 가동에 들어가 올해 10월 30일 일반에게 처음 모습을 공개한 한국원자력연구원 ‘아틀라스(ATLAS·가압경수로 열수력 종합효과실험장치)’의 원전사고 모의실험 내용이다. 말만 들어도 겁이 나는 원자력발전소의 사고를 어떻게 실험한다는 걸까.
한국원자력연구원 열수력안전연구센터 백원필 센터장은 “아틀라스는 핵연료봉 대신 전기로 가열하는 모의 연료봉을 사용해 원자로 내부의 185기압, 370도의 극한 상황을 똑같이 만든다”고 설명했다.
아틀라스는 신형경수로(APR1400)를 높이 2분의 1, 부피 288분의 1로 축소해 만든 ‘미니 발전소’다. 원자력발전소에 사용하는 증기발생기 2대와 냉각장치, 그리고 주요 배관의 특성을 그대로 유지한 상태에서 냉각재 유출사고나 증기관 또는 급수관 파손 같은 다양한 사고를 ‘진짜처럼’ 일으킨다.
이때 아틀라스의 주요 부속에 붙은 1260개의 계측 센서가 온도와 압력 같은 데이터를 모니터에 실시간으로 보여 준다. 그리고 상황에 맞는 안전장치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점검한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지난 1년 동안 11번의 시운전을 통해 아틀라스의 성능 검증을 마쳤다. 현재 2013년과 2014년 준공을 목표로 건설 중인 신고리 3, 4호기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성을 검증하고 있다. 그리스 신화에서 하늘을 떠받치던 신으로 등장했던 아틀라스가 이제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을 어깨에 짊어졌다.
대덕=안형준 동아사이언스 기자 but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