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해!” “움직여!”
남자 프로배구 LIG 손해보험의 첫 사령탑을 맡은 박기원(58·사진) 감독은 연습장에서 이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편안한 옆집 아저씨 같은 인상이지만 그가 선수들에게 던지는 말투는 매서웠다. “중학교 배구 하나?” “2시간 경기하고 아직도 분위기 파악 못할래?” 등 뼈 있는 말이 쏟아졌다.
박 감독은 두 달째 휠체어 신세다. 지난달 한국배구연맹(KOVO)컵 대회 직전 선수들과 연습을 하다 오른쪽 발목 아킬레스 힘줄이 끊어졌다. “나이 생각 않고 젊은 선수와 함께 뛰다 망가졌다”는 게 그의 얘기.
“경기는 잘하고도 질 수 있어요. 중요한 건 하고자 하는 의욕과 생각하는 플레이입니다.”
박 감독은 28년 만에 한국에 돌아왔다. 그는 국가대표로 1978년 태국 방콕 아시아경기 배구 우승을 이끈 이듬해 이탈리아 프로배구에 뛰어들었다. 프로 클럽 피네토와 페루자, 코리도니아 등에서 코치와 감독을 맡아 팀을 상위권에 올려놓았다. 2002년 이란 배구 대표팀 감독을 맡아 부산 아시아경기 은메달을 차지하며 ‘이란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그런 그가 귀국한 것은 조국의 배구 발전에 마지막 봉사를 하기 위해서다. 이탈리아에서 전력 분석관과 체력 담당관도 데려왔다. LIG는 2006∼2007 V리그에서 4위에 머물렀다. 박 감독은 “올해 목표는 우승”이라고 말했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 동영상 촬영 : 황태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