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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필이 아닙니다, 패션입니다

입력 | 2007-12-01 03:02:00


■ 젊은 남성들, 고급 문구로 ‘개성 연출’

《수입자동차업체의 마케팅팀에서 일하는 조성호(27) 씨는 최근 다이아몬드가 박힌 유명 브랜드의 한 ‘명품 펜’을 55만 원에 장만했다.

조 씨는 “보석이 박혀 있어 정장 윗주머니에 꽂으면 포인트를 살릴 수 있다”며 “사람을 많이 만나는 직업이라 일 년에 한두 번은 고가(高價) 브랜드 펜을 구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급 문구를 패션이나 개성 연출의 소품으로 활용하는 20, 30대 젊은 남성이 늘면서 수만 원에서 수십만 원에 이르는 다이어리와 만년필 등 고급 문구류 시장이 커지고 있다. 실제 고가 만년필 중의 하나인 파카와 워터맨 등을 수입하는 ‘항소’가 11월 제품 구매 고객 330명의 성(性)과 나이를 분석한 결과 20, 30대 남성이 약 35%를 차지했다.》

○ 고급 문구시장 성장세 빨라

젊은 남성은 아기자기한 문구를 선호하는 여성과 달리 고급스러운 디자인의 유명 브랜드 제품을 주로 찾는다.

항소의 최윤영 과장은 “남성 정장 디자인이 단조롭기 때문에 화려한 만년필을 패션 소품으로 사용하는 직장인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명품 시계로 포인트를 주는 것과 비슷하다는 얘기다.

교보문고 서울 광화문점에서 판매되는 이탈리아 브랜드 ‘몰스킨’의 다이어리는 11월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100% 증가했다.

피카소, 고흐 등이 즐겨 사용한 것으로도 유명한 몰스킨은 올해 수입된 다이어리 12종 중 8종이 품절되기도 했다.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이 다이어리를 구입한 고객 10명 중 8명이 20, 30대 남성 직장인이라고 한다.

또 다른 이탈리아 브랜드 ‘시아크’도 국내 고급 다이어리 등의 수요가 늘자 올해 처음 국내에 진출했다. 파카와 워터맨의 올해 총수입량도 지난해에 비해 20% 늘었다.

○ 젊은 남성 사로잡을 ‘화려한 만년필’ 등장

젊은 남성의 소비가 늘자 이들을 타깃으로 한 신제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기업체 임원을 대상으로 중후한 느낌의 단색 다이어리를 판매해 온 ‘오롬시스템’은 올해 젊은층을 겨냥해 다이어리 표면에 호피 무늬 등을 입힌 제품을 새롭게 선보였다.

만년필 디자인도 검은색의 두툼한 스타일에서 점차 화려해지고 있다.

몽블랑은 밝은 파란색 만년필을, 워터맨은 빨강 초록 색상 등의 만년필을 선보였다. 파카는 펜의 길이 조절이 가능해 모양을 바꿀 수 있는 신제품을 내놓기도 했다.

정영은 교보문고 핫트랙스 마케팅 담당자는 “패션과 유행에 민감한 젊은 직장인들이 자신을 드러내는 소품으로 다이어리를 구입하고 있다”며 “이들을 대상으로 알록달록하면서 화려한 제품이 많이 출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