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희 킬러’ 김재범(위)이 2007 KRA컵 코리아오픈 국제유도대회 남자 81kg급 결승에서 일본 노리카네 신의 상체를 제압하며 굳히기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김재범은 효과 2개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제주=연합뉴스
“도망가는 건 아닌가 고민도 많이 했어요. 하지만 체급을 바꾸는 게 나를 위해 더 낫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그리고 지금 만족합니다. 이렇게 우승했잖아요.”
김재범(KRA)은 남자 유도 73kg급에서 ‘이원희 킬러’로 유명해졌다. 용인대 재학 시절부터 이원희를 번번이 매트에 눕혔다. 하지만 몇 차례 맞대결에서 이겼다고 최강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국제무대에서 스포트라이트는 주로 이원희 몫이었다.
최근 ‘한국 남자 73kg급은 국가 대표로 선발되는 게 올림픽 금메달보다 힘들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강자들이 즐비하다. 올 세계유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왕기춘(용인대)에 ‘무서운 고교생’ 김원중(경민고)까지 가세했다.
김재범은 지난해 도하 아시아경기 대표 선발전에서 이원희에게 진 뒤 슬럼프에 빠졌다. 변화가 필요했고 주변에서 체급을 바꿀 것을 권했다.
“제 키가 179cm인데 73kg급에서는 큰 편이에요. 대회를 앞두고 매번 힘들게 체중을 빼는 것보다는 체중 관리도 편할 것 같았죠.”
81kg급으로 체급을 바꾼 지 이제 한 달 남짓. 10월 말 올림픽 대표 1차 선발전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돌풍을 예고했던 김재범이 결국 정상에 올랐다. 김재범은 30일 제주 한라체육관에서 막을 올린 2007 KRA(한국마사회)컵 코리아오픈 국제유도대회 81kg급 결승에서 일본의 노리카네 신을 효과 2개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코리아오픈은 국내 유일의 국제유도연맹(IJF) A급 국제대회. 김재범은 81kg급 최강자로 군림했던 권영우(KRA)를 경고승으로 누르고 결승에 진출했다.
부상 치료 중인 ‘한판승의 사나이’ 이원희는 이날 도복 대신 마이크를 잡고 후배 김재범의 경기를 해설했다. 한때 라이벌이었던 둘은 이제 다른 체급에서 올림픽 금메달에 도전한다. 한국은 이날 남자 4체급, 여자 3체급에서 금 2, 은 3, 동메달 7개를 얻어 금메달 3개를 딴 일본에 이어 종합 순위 2위를 마크했다.
제주=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