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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피랍 콜롬비아 女대선후보 반군 소굴서 살아 있었다

입력 | 2007-12-01 03:02:00

2002년 콜롬비아 반군세력에 납치됐던 잉그리드 베탕쿠르트 전 콜롬비아 대선 후보가 30일 5년 9개월 만에 수척한 모습을 드러냈다. 보고타=로이터 연합뉴스


2002년 2월 콜롬비아 대통령선거 유세 도중 납치됐던 잉그리드 베탕쿠르트(45·여) 전 대선 후보가 살아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콜롬비아 정부는 30일 프랑스계 콜롬비아인으로 상원의원을 지낸 베탕쿠르트 씨와 미국 국방부 계약업체 직원 3명 등 무장세력에 납치된 인질 16명의 모습이 담긴 비디오테이프를 공개했다.

이 테이프는 전날 밤 콜롬비아 정부가 좌익 게릴라 무장세력인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 세 명을 체포한 뒤 이들로부터 압수한 물품이다.

비디오테이프는 소리 없이 영상만 담은 것으로 베탕쿠르트 씨는 정글을 배경으로 의자에 앉아 쇠사슬에 묶인 손을 무릎에 내려놓은 채 말없이 바닥을 멍하니 응시하고 있었다.

파란 바지와 흰색 민소매 상의 차림의 그는 6년에 가까운 인질 생활의 고초 탓인지 매우 초췌한 모습이었다. 이 테이프는 10월 24일 촬영된 것이라고 콜롬비아 정부는 밝혔다.

토머스 하우스, 키스 스탠셀, 마크 곤살베스 씨 등 미국인 3명도 빼빼 마른 모습으로 화면에 나왔다. 이들은 2003년 콜롬비아 남부에 비행기가 추락한 후 FARC에 납치됐다.

베탕쿠르트 씨는 ‘콜롬비아의 잔다르크’로 불리며 2002년 대선에서 돌풍을 일으켰으나 차를 타고 유세 현장으로 이동하던 도중 러닝메이트인 클라라 로하스 부통령 후보와 함께 납치됐다.

이듬해 5월 베탕쿠르트 씨의 모습을 담은 비디오테이프가 공개됐고 지난해에는 한 언론인이 콜롬비아 내전을 다룬 저서에서 두 여성이 살아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로하스 씨는 이 책에서 FARC 조직원과 사랑에 빠져 아들을 낳아 키우고 있는 것으로 묘사돼 화제가 됐다.

FARC는 이들을 포함해 모두 45명의 인질과 콜롬비아 및 미국에 수감돼 있는 반군 500명의 맞교환을 요구하고 있다. FARC의 신뢰를 받는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중재자로 나섰으나 알바로 우리베 콜롬비아 대통령이 중재를 거부한 상태이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