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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 속의 오늘]1997년 오타와협약 122개국 서명

입력 | 2007-12-03 03:03:00


금요 예배를 보기 위해 모스크로 향하던 어린이 5명이 시궁창에 묻혀 있던 음식 접시만 한 쇳덩이를 발견했다. 굴려도 보고 툭툭 차보기도 했다. 호기심을 참지 못한 한 명이 쇳덩이를 벽에 던졌다.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살점이 튀었다.

올해 7월 6일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에서는 이처럼 내전이 남긴 ‘더러운 쓰레기’가 아무것도 모르는 일곱 살짜리 아이들의 생명을 무심하게 앗아갔다.

화약을 넣은 지뢰가 처음 사용된 건 13세기 후반 중국 송나라와 몽골 기마병의 전투에서였다. 근대전에서는 러일전쟁 때 위력을 인정받은 뒤 제1차 세계대전에서 본격적으로 사용됐다.

병사 한 명보다 지뢰 한 개가 더 값싸고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각국은 무차별적으로 지뢰를 묻기 시작했다. 베트남전에서는 파편이 한쪽으로 일시에 퍼져 살상효과를 극대화한 클레이모어 지뢰가 미국 육군에 의해 처음 개발됐다.

전쟁이 끝나면 모든 무기는 창고로 회수되지만 지뢰는 전장에 남았다. 유엔과 국제적십자사에 따르면 전 세계 60여 개국에 1억 개가 넘는 지뢰가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거나 방치돼 있다.

지뢰로 목숨을 잃거나 불구가 되는 사람은 매년 2만6000여 명. 이 중 대부분은 민간인이며 특히 75%는 지뢰를 장난감으로 오인한 어린이들이다. 자신이 묻었을지도 모르는 지뢰에 자신의 아이들이 희생되는 참극이 벌어지는 것이다.

국제사회가 나섰다. 1997년 12월 3일, 캐나다 오타와에 모인 각국 대표들은 적어도 대인지뢰만은 모두 폐기하고 더는 만들지 말자고 결의했다. ‘오타와 협약’으로 불리는 ‘대인지뢰금지조약’에는 122개국이 서명했다.

현재까지 추가로 33개국이 가입해 155개국이 대인지뢰 금지에 합의했지만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캄보디아 등 심각한 내전을 겪었거나 내전을 치르고 있는 나라들은 행동으로 옮길 엄두를 못 내고 있다. 대인지뢰 하나를 매설하는 데는 3달러면 되지만 이를 제거하려면 수백 달러가 들기 때문이다.

오타와 협약을 이끌어 낸 국제대인지뢰금지운동(ICBL)은 지난달 한국의 지뢰 매설 면적이 여의도의 3.8배에 이른다고 밝혔다. 북한 내 지뢰는 아직까지 제대로 파악도 안 된 상태다. 남북은 오타와 협약 미가입국이다.

포성은 멎었지만 분단국가의 비극은 비무장지대의 지뢰를 통해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남아 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