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경영환경 악화 우려… “유별나게 추운 겨울이 온다”
“12월 초면 계열사별로 내년 경영계획 초안을 확정해 최종 수정작업에 들어갔을 시점인데 올해는 엄두도 못 내고 있다.”
“환율과 유가 변동 폭이 너무 커서 내년 전망치를 확정할 수 없다. 비상경영 체제하에 이미 짜놓은 경영계획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재검토하고 있다.”
국내 주요 기업들이 내년 경영계획 수립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적지 않은 기업이 내년 경영계획을 하향 수정하는 등 재검토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세계 경제 성장세가 둔화하는 가운데 예상을 뛰어넘는 유가와 환율 움직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확대로 인한 글로벌 금융경색 우려 등으로 대내외 경영환경이 급격히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 비관 이어지는 국내외 경제변수
최근 주요 민간경제연구소들은 내년 경제변수 전망치를 재조정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대부분 조정 방향은 비관적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내년 달러당 원화 환율 전망치를 올해 9월 925원에서 11월 910원으로 15원 낮췄고, 중동산 두바이유 연평균 가격은 같은 기간 배럴당 68달러에서 74달러로 높였다.
LG경제연구원과 현대경제연구원도 9월에 내놓은 환율, 유가 전망치를 조만간 삼성경제연구소와 비슷한 방향으로 수정할 예정이다.
산업계에서는 환율이 달러당 연평균 10원만 떨어져도(원화가치는 상승) 현대자동차는 연간 매출액이 2200억 원, 삼성전자는 연간 영업이익이 3000억 원 이상 줄어드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대한항공은 유가가 연평균 배럴당 1달러 오르면 수익성이 300억 원가량 나빠질 것으로 자체 분석하고 있다.
○ 기업들 경영계획 수립 차질
이처럼 각종 경제변수 전망치가 요동치면서 기업들의 고민은 깊어가고 있다.
내년 경영계획 수립이 늦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일부에서는 이미 수립한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
SK그룹과 한화그룹은 아예 환율과 유가 전망치를 확정하지 않고 이들 변수의 움직임에 따른 시나리오별 경영전략을 짜기로 했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 관계자는 “당초 원-달러 환율을 900원 정도로 잡았는데 원화가치가 급등하면서 보수적으로 880원까지 내려잡았다”며 “지금은 다시 930원까지 환율이 올라 어느 수준에 맞춰야 할지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한편 한국 최대 그룹인 삼성은 김용철 변호사 폭로 사태 이후 사실상 내년 경영계획 수립 작업이 전면 중단된 상태여서 시간이 갈수록 후유증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 목표 낮추고 비상경영 채비도
수출 비중이 높아 환율에 민감한 기업이나 화학 항공업계 등 원자재 가격에 민감한 기업들은 사실상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매출에서 해외 비중이 높은 LG화학은 사업계획 수립 때의 기준 환율에 비해 환율이 하락하면 발생하는 손실분만큼 즉각 고강도 비용절감 등 비상경영 대책을 통해 보전하는 ‘캐치업 플랜’을 운영하고 있다.
LG전자는 내년 경영계획 기준 환율을 아예 900원 이하로 잡았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항공업계는 목표 유가를 다양하게 세워 이에 따른 상황별 경영방침을 정하는 시나리오 플랜을 작성 중이다.
금호타이어는 천연고무 가격을 올해보다 10% 이상 올려 내년 경영계획에 반영하기로 했다. 또 현대중공업은 선박의 주요 원자재인 후판 가격 인상으로 계속 고심 중이다.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거시경제실장은 “전체적으로 내년 기업 환경이 올해보다 좋지 않을 것”이라며 “일부에서는 내년 경영목표를 하향 조정하고 있는 등 비상경영이 연말 기업들의 화두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