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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경찰청 기자실 대신 국정홍보처 문 닫아야 할 이유

입력 | 2007-12-04 03:05:00


일선 기자들이 나흘째 경찰청 기자실에서 불침번(不寢番)을 서고 있다. 경찰청의 기자실 대못질을 막기 위해서다. 경찰청은 7일까지 본관 기자실에 상주한 기자들을 별관으로 내쫓기 위해 기자실 전화선과 인터넷망을 끊었다. 경찰은 영하의 날씨에도 어제부터 전기와 난방 공급을 중단했다. 경찰청은 기자들의 청사 출입을 통제하기 위해 검색대와 자동문까지 설치할 예정이다.

정부청사 기자실에 이어 최일선 대민(對民) 행정기관인 경찰청 기자실까지 폐쇄하는 것으로 국정홍보처가 실행하는 이른바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 방안’은 마무리를 짓는다. 기자실 폐쇄는 3개월 뒤면 무효가 될 게 뻔한데도 60억 원이 넘는 세금을 들여 국민과 정부의 소통 통로인 언론에 대해 패악질을 하고 있는 것이다.

경찰청은 전국 경찰서를 지휘 감독하며 경찰 행정을 총괄하고 각종 정보가 집결되는 곳이다. 경찰은 연간 민원 처리 건수만도 600만 건이 넘는 행정기관이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경찰은 인권침해와 관련된 국민의 진정 건수가 교도소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경찰관 독직 비리 뉴스도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온다. 경찰은 국민의 인권 보호를 위해서도 언론의 현장 감시가 반드시 필요한 대상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기자실 대못질에 대해 “이 문제가 과연 누구에게 언제 어떻게 이익이 되는가를 판단하는 것은 저도 쉽지 않고 국민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스스로 “판단이 쉽지 않다”고 토로하는 인식으로 언론은 물론이고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이 그토록 반대하는 정책을 밀어붙였단 말인가.

그런 정책을 조언하고 집행해 온 ‘완장부대’인 국정홍보처는 차기 정권에서 반드시 정리돼야 한다. 김성호 전 법무부 장관은 “한 부처가 다른 부처의 홍보 관련 업무까지 제한하는 것은 구시대적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명박 후보는 홍보처 폐지를 공약했고, 정동영 후보는 해외 홍보에 무게를 싣는 쪽으로 개편하겠다고 한다.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홍보처는 문을 닫고 해외 홍보 기능은 문화관광부나 외교통상부에 넘겨주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