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금실 前법무 “鄭 지지” 정동영(앞줄 왼쪽)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와 3일 정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유세에 뛰어든 강금실(앞줄 오른쪽) 전 법무부 장관이 부산 진구 서면 거리유세에서 신문지 다발을 흔들며 ‘부산갈매기’를 부르고 있다. 부산=김동주 기자
“상대후보 비난만으론 지지율 올리기 한계”
“평화-민주주의 등 거대담론 고통받는 국민과 거리 멀어 뭘 잘할수 있는지 보여줘야”
포지티브 전략 선회 움직임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대선 후보의 선거 운동이 ‘네거티브’ 공세에서 자신의 비전과 능력을 보여 주는 ‘포지티브’ 전략으로 이동하고 있다.
정 후보 측은 지난달 27일 공식 선거운동 시작을 전후해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 브리핑, 기자회견, 각종 광고 등을 통해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후보의 BBK 주가조작 사건 연루 의혹, 자녀들의 위장취업 및 세금 탈루, 이 후보 부인 김윤옥 여사의 명품 고가 핸드백 및 시계 구입 문제 등을 집중적으로 제기해 왔다.
▽“쓴소리 공격 안 하겠다”=정 후보는 지난달 29일 서울 서대문구 현대백화점 앞 거리유세에서 “사실관계에 대한 지적을 안 할 수는 없지만 앞으로 한나라당 이명박, 무소속 이회창 후보에 대해 네거티브나 쓴소리 공격을 잘 안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정 후보는 유세 후 인근 식당에서 기자들과 만나 “(나쁜 경제에 대한 비난보다는) ‘좋은 경제, 좋은 성장’을 얘기하는 데 주안점을 두겠다”며 “사실은 지적하되 비난은 안 하겠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2일 기자간담회에서는 “국민은 세금과 사교육비, 장사 안 되는 고통에 신음하는데 평화나 민주주의, 투명성 등 거대담론이 얼마나 거리가 먼 것인가를 피부로 느꼈다”며 “국민의 상처와 아픔을 보듬을 수 있는 정책과 비전으로 다가서겠다”고 말했다.
대통합민주신당은 이날 ‘좋은 대통령과 함께하는 대통합민주신당의 150가지 약속’이라는 세부 공약집과 대북정책 자료집인 ‘한반도 평화경제 공동체 구상’을 발간했다.
그는 참여정부의 실정(失政)에 대해서도 일정 부분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 후보는 이날 간담회에서 현 정부 취약점 중의 하나인 ‘세금폭탄’ 용어를 언급하며 “세금 문제에 대해 옳은 방향이라고 해서 무조건 끌고 가지 않겠다. ‘세금폭탄’이라는 말이 다시는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또 “민심이반을 확인했고, 국민의 상처 앞에 할 말을 잃었다”며 “똑똑한 대통령보다는 말 잘 듣는 대통령이 되겠다. 저도 참여정부의 일원이었기 때문에 반성한다”고 말했다.
▽전략 선회 왜?=지난달 25, 26일 대선 후보 등록 기간을 앞두고 대통합민주신당은 이명박 후보에 대한 각종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정 후보의 2배가 넘는 40% 안팎의 지지율을 보이는 이명박 후보와 맞대결 구도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우선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 끌어내리기가 급선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은 무소속 이회창 후보의 대선출마 선언(지난달 7일)으로 인한 보수층 분열과 대통합민주신당의 거센 공세 등의 여파로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30% 후반대까지 다소 하락했다.
정 후보 측은 일단 네거티브 공세로 인한 효과는 최대한 거뒀다는 판단이다. 남은 10여 일 동안은 이탈한 이명박 후보 지지층을 흡수할 수 있는 ‘그릇’을 만드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정 후보의 인물됨을 홍보하는 데 역점을 두겠다는 것.
당 안팎에서 “(계속된 공격으로) 이명박 후보가 나쁘다는 것은 알겠는데, 정 후보가 뭘 잘할 수 있고 뭘 대표적으로 내세우는지 모르겠다”는 지적이 강하게 인 것도 전략 변경의 한 가지 이유다.
촬영 : 김동주 기자
촬영 : 김동주 기자
대통합민주신당 김효석 원내대표는 최근 본보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적어도 원내 제1당의 후보가 상대방에 대한 공격으로만 대통령이 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정동영이 정말 잘 할 것 같다’는 믿음과 신뢰를 보여 주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뜻을 후보와 선대위 지도부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정 후보 측 민병두 선대위 전략기획본부장도 최근 기자간담회를 통해 “앞으로 이명박 후보에 대한 공격보다 좋은 성장, 좋은 경제라는 정 후보의 비전만 이야기할 것”이라며 “이명박 후보에게 실망한 지지자들이 정 후보 쪽으로 오게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촬영 : 김동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