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국현 후보 오늘 ‘단일화’ 입장 표명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선 후보가 4일 국회 정론관에서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대선 후보와의 후보 단일화 방안에 대해 견해를 밝히기로 한 것은 범여권에서 일고 있는 ‘개혁진영 단일화’ 요구를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문 후보는 3일 갑자기 모든 유세 일정을 취소한 채 모처에서 향후 단일화 방안 및 거취 문제를 놓고 심각한 고민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개토론 후 선택’ 카드 내밀듯
친노그룹 - 시민단체 단일화 압박 무시못해
신당 손잡으면 ‘새정치’ 이미지 손상 우려도
▽단일화 참여할 듯=문 후보는 최근 참모들과 범여권 단일화 참여 여부에 대해 격론을 벌였다고 한다.
캠프 안에서는 지지율 답보 등 현실적 문제를 고려할 때 정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에 임해야 한다는 쪽과 ‘명분을 지키기 위해서는 끝까지 가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고민을 반영하듯 문 후보는 3일 김갑수 대변인을 통해 “‘단일화를 위해서는 국정 실패의 책임자인 정동영 후보가 먼저 사퇴해야 한다’고 했던 말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이는 11월 20일 공식 기자회견에서 공언한 발언을 보름도 안 돼 뒤집은 것이다.
문 후보 측은 4일 일단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에게 공개토론을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토론회 참석 패널이나 샘플 유권자 집단을 선정해 ‘단일화 후보 선출’을 의뢰한다는 것. 지지율 추이상 일반 유권자 여론조사를 제안하기는 어려운 현실적 여건도 고려됐다고 한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는 데에는 문 후보의 ‘독자생존’ 가능성이 점차 낮아지는 지표와도 관계가 있다. 문 후보는 지난달 30일과 1일 본보-코리아리서치센터 여론조사에서 5.4%를 얻은 것을 비롯해 지난 주말 각 언론사 여론조사에서 3.9∼5.5% 지지를 얻는 데 그쳤다. 11월 말 한때 9%대에 육박한 것에 비하면 3%포인트 이상 지지율이 빠졌다.
▽안팎 악재 부담=비정규직 신분의 딸들이 억대 재산을 보유했던 사실이 공개된 뒤 호감 여론이 주춤하고 있는 점도 문 후보에게는 부담이다. 무소속 이회창 후보의 출마로 자신이 ‘빅3 구도’에 편입되지 못한 것도 악재다. 김갑수 대변인도 이날 “더는 동대문야구장에서 뛸 수 없고 어떻게든 잠실야구장으로 가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말했다.
가까이는 광의의 친노(親盧·친노무현) 그룹으로 분류되는 386 참모진, 멀리는 시민단체 및 이른바 민주개혁진영 인사들의 거듭된 단일화 촉구도 부담이다. 3일에도 종교계와 시민사회단체 출신 인사로 구성된 ‘민주세력연합과 후보단일화를 위한 서울지역 모임’이 기자회견을 열고 단일화를 촉구했다. 이 모임은 이날 “대통합민주신당과 창조한국당, 민주당, 민주노동당 등 6월민주항쟁에 뿌리를 둔 4개 정파가 단일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고보조금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사재(私財) 50억 원 이상을 선거운동에 쓴 것도 문 후보를 ‘갈등’하게 만든 요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다만 문 후보가 ‘범여권 단일화’에 동참한다면 그가 쌓아온 ‘새 정치’ 이미지가 손상을 입을 것이라는 관측도 상당하다.
그는 8월 대선 예비후보 등록 후부터 ‘국정실패 세력과 어떻게 단일화를 하느냐’ ‘(정 후보 측과) 물밑 협상은 절대 없다’ ‘정 후보가 왜 사퇴해야 하는지 이유를 알려 주겠다’고 말한 바 있다.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