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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방송 중간광고, 명분-절차 총체적 부실… 실시 불투명

입력 | 2007-12-04 03:05:00

방송위원회가 지난달 14일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회관에서 연 ‘지상파방송 중간광고 허용범위 확대방안 마련을 위한 공청회’. 방송위의 중간광고 도입 결정은 시청자 권익을 무시한 결정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지상파 방송의 중간광고 시행 여부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방송위원회(위원장 조창현)가 지난달 2일 표결(5 대 4)을 강행한 끝에 중간광고 허용 결정을 내렸으나 여론 수렴 절차를 밟지 않은 데다 허용의 명분도 없고 여론의 지지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방송위는 허용 결정 이후 여론의 반발에 부닥쳐 시행령 등 후속 조치를 취하는 데 한 걸음도 못 나가고 있다.

○ 중간광고 물 건너갔나

방송위의 한 관계자는 “중간광고 시행령은 물 건너간 게 아니냐”고 말한다. 방송위는 지난달 21일 중간광고 시행령을 마련하기 위해 전문가 및 관련단체 간담회, 방송위원 위크숍 등 추가적인 여론 수렴 과정을 거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보름이 지난 3일 현재에도 토론회 개최 일정이나 패널 선정에 대해 정해진 바가 없다. 방송위 정책2부 이영미 부장은 “외부에서 열리는 중간광고 관련 토론회 등을 지켜보고 있을 뿐, 방송위 주최 토론회는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중간광고 허용 직후 공청회 일정을 공개하면서 일사천리로 밀어붙이던 것과 사뭇 다른 상황이다.

방송위원들 사이의 이견도 다시 불거지고 있다. 중간광고 허용에 신중론을 제기했던 조 위원장은 지난달 20일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에 출석해 “시행령 개정 작업을 하기 전 국회와 협의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22일 기자들에게 “지상파의 중간광고 도입을 서두르지 않겠다. 중간광고 시기를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중간광고 허용에 찬성표를 던진 위원들은 “위원장이 합의되지 않은 의견을 언론에 밝혔다”며 항의했고, 조 위원장은 “술자리에서 개인적으로 이야기한 것”이라고 말하는 해프닝까지 있었다.

아울러 중간광고에 찬성했던 한 위원은 “중간광고는 방송위 권한이지만 반대 여론과 국회 협의를 밝힌 위원장의 약속도 존중해야 한다. 국회 협의 등을 놓고 위원들 간 논의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 허용 결정 자체가 무리수

방송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방송위가 중간광고 허용에 대한 절차와 명분에서 떳떳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방송위는 중간광고 도입을 결정한 뒤인 지난달 14일에야 여론 수렴을 한다는 명분으로 공청회를 열었으나, 여러 토론자가 “이미 결론을 내려놓고 무슨 공청회냐”며 반발했다.

방송위는 허용 명분으로 지상파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재원 마련을 내세웠으나, 이 또한 지상파가 2000년부터 7년간 기록한 순익을 보면 “납득하기 어렵다”는 소리를 듣는다. 지상파 3사는 이 기간 KBS 2730억 원, MBC 4202억 원, SBS 4412억 원의 순익을 기록했다. 이 순익이 매년 디지털 전환에 투자하고도 남은 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방송위의 명분은 “지상파 봐주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최근 지상파 3사의 순익 규모 등을 보면 과연 공공서비스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위기를 맞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재원에 대한 구체적 자료 제시도 없이 중간광고를 허용하려는 것은 앞뒤가 바뀐 일”이라고 지적했다.

○ 중간광고, 다음 정부로 넘어가나?

중간광고는 방송위가 시행령 안을 마련해 규제개혁위원회, 법제처, 차관회의와 국무회의를 거쳐 공표된다. 이처럼 여러 단계를 감안하면 중간광고 연내 시행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차제에 방송통신 융합이나 방송광고 제도 등을 일괄 논의해야 하는 차기 정부에서 다시 검토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방송위원은 “시행령은 방송위 재량이지만 국회와 여론을 무시하고 또다시 강행하면 방송위가 일방적으로 지상파 편을 드는 것으로 보여 정보통신부와 방송위를 합치는 기구 통합 과정에서 불리할 수 있다”며 “대선 이후 국회와 협의 과정을 거친 뒤 차기 정부의 미디어 정책 전반의 틀 속에서 조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