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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미디어]‘한페이지 소설’ 홈피 운영 소설가 서진 씨

입력 | 2007-12-04 03:05:00

인터넷상에서 새로운 소설을 시도하고 있는 작가 서진 씨는 “A4용지 1장의 초(超)단편소설, 여러 명이 이어 쓰는 릴레이 소설, ‘하이퍼 픽션’ 등 인터넷 미디어의 특성을 이용해 소설의 형식실험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개인홈피, 블로그, 손수제작물(UCC) 등 1인 미디어가 문학을 바꿉니다.”

2분 내에 단편소설 한 편을 감상한다? 소설가 서진(33) 씨가 운영하는 홈페이지 ‘한페이지단편소설’(www.1pagestory.com)에 접속하면 가능하다. 이 사이트에는 1, 2분 안에 읽을 수 있는 초(超)단편소설을 접할 수 있다. ‘한페이지단편소설’이란 엽편(葉篇)소설 혹은 플래시 스토리(flash story)라고 불리는 장르로, A4 용지 1장 내 분량으로 구성된 소설이다. 이 사이트에는 하루 평균 대여섯 편씩 한페이지 단편소설이 올라온다.

현재 모인 글은 7000편, 회원 수는 5000여 명. 연령도 중학생부터 40대 주부까지 다양하다. 누구든지 소설을 응모하면 회원과 운영자의 평가를 통해 당선작이 가려진다. 한페이지단편소설 당선작 100선, 러브스토리 66편을 모은 ‘66 Love Stories’ 등 종이책 9권으로도 나왔다. 웹 디지털과 아날로그 문자를 접목시키는 그를 최근 만났다.

“소설도 UCC 시대입니다. 이용자가 생산하는 콘텐츠는 동영상만이 아니에요. 근본적인 UCC는 이야기가 살아 있는 소설입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기본이 스토리잖아요. 글을 즐기는 이들의 동시대적 감각을 담는 미디어를 만들고 싶었어요. 미디어의 발달로 사람들이 창작에 접근하게 된 첫 번째 케이스가 글쓰기입니다. 일본에서도 휴대전화로 볼 수 있는 500∼1000자 분량의 모바일 소설이 유행입니다.”

서 씨는 부산대 공학과를 나와 같은 학교 박사과정(인공지능 전공)을 다니다 중퇴한 뒤 소설가로 나섰다. 2003년 인터넷 게시판 등을 통해 한페이지단편소설 100편을 모아 책을 내겠다는 공지를 낸 뒤 누리꾼들의 응모를 받았다. 5월에는 그가 직접 쓴 소설 ‘웰컴 투 더 언더그라운드’로 한 언론사의 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내가 쓴 창작물을 온라인에 공유함으로써 반응을 바로 알 수 있어요. 연재하면서 반응을 보고 이를 소설에 반영해요. 과거 몇몇 편집자가 보던 것을 수많은 사람이 보고 코멘트합니다. 소설에 집단지성을 이용하는 것이고 이는 미디어를 통해 구현됩니다.”

그는 한 가지 주제를 여러 명이 연달아 이어 쓰는 ‘릴레이 소설’, 독자의 선택에 따라 이야기 방향이 여러 갈래로 달라지는 ‘하이퍼 픽션’ 등 웹을 통한 집단 창작을 실험 중이다. 모바일콘텐츠 업체에서 이를 콘텐츠 스토리로 연결해 달라는 문의가 들어오기도 한다.

“예전에는 글을 어떻게 쓰고 어떻게 표현하나를 생각했지만 이제는 소설을 쓸 때도 ‘어떤 매체로 어떻게 독자에게 전달되는가’라는 전달 형식을 고민합니다. 다양한 포맷을 연구해요. 웹 버전의 역사소설을 만들면 어떨까요. 웹 버전 ‘남한산성’이라면 미디어적 구성이 가능합니다. 기존 텍스트의 중간 중간에 마치 각주처럼 각종 정보, 이야기, 추가 자료를 링크시키는 겁니다. 소설을 넘어 방대한 무언가가 될 수도 있어요.”

서 씨는 “전 세계 사람들이 함께 쓰는 소설을 만들기 위해 ‘한페이지단편소설’ 영어판을 만들고 싶다”며 “영화를 다 같이 만들듯, 소설도 다 같이 만드는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