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환경 해친다” 암초에 표류
경기 부천시가 원미구 춘의동 일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에 추진하는 ‘추모공원 건립 사업’이 인근 서울 구로구의 반대로 차질을 빚자 부천시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주민 갈등=시는 2009년까지 원미구 춘의동 468 일대 그린벨트(5만881m²)에 330억 원을 들여 납골당과 화장로 6개를 갖춘 화장시설(1만6041m²)과 근린공원(3만1516m²) 등을 짓기로 했다.
이에 따라 시는 2003년 7월 시민단체와 종교계 인사가 참여하는 추모공원 건립 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2005년에는 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 추모공원을 도시계획시설로 결정하는 한편 시민 30만2000명에게서 찬성 서명까지 받았다.
순조롭게 진행되던 사업은 추모공원 건립 예정지에서 1∼2km 떨어진 구로구 주민들의 추모공원 건립 반대 시위에 부닥치며 차질을 빚기 시작했다.
건교부는 ‘추모공원 건립에 구로구가 반대하고, 서울시와 경기도가 합의하기 어렵다’며 시가 신청한 그린벨트 내 사업 115건 가운데 추모공원 건립 사업에 대해서만 승인을 보류했다.
추모공원 건립 사업이 표류하자 지난달 23일 경기도 내 31개 지방자치단체장은 ‘서울시는 추모공원 반대 정책을 철회하라’는 결의문을 채택하고 서울시의 집단 이기주의에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이들은 “추모공원은 지자체가 반드시 설치해야 할 필수 공익시설”이라며 “서울시가 계속 반대하면 벽제화장장을 포함해 경기도에 설치된 서울시의 모든 비선호시설 44곳을 옮기라”고 주장했다.
부천 시민들도 지난달 29일 경기 고양시 서울시립장묘사업소(벽제화장장)에서 추모공원 조성 촉구 집회를 열었다.
시민들은 “구로구 주민을 포함한 서울 시민은 경기도에 있는 벽제화장장을 이용하면서 정작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지역 주변에 추모공원을 못 짓게 하는 것은 집단 이기주의다”고 주장했다.
▽해결책은 없나=부천에는 화장시설이 없어 시민들은 인천과 경기 고양, 수원, 성남시 등에 있는 시설을 이용하고 있다.
문제는 다른 지역의 화장시설을 이용하려면 보통 4, 5일씩 기다리거나 조례에 따라 정상 요금의 3∼6배씩 내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
이에 따라 시는 4월 국회에서 통과된 지자체의 화장시설 확보 의무를 규정한 ‘장사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따라 추모공원을 반드시 건립할 방침이다.
홍건표 부천시장은 “구로구도 부천시 소사구 옥길동의 하수종말처리장을 이용하고 있다”며 “시민 30만여 명이 찬성한 추모공원 건립 사업을 서울시가 반대하고 건교부가 손을 놓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추모공원 건립 사업은 부천시와 구로구가 합의하기 어렵기 때문에 건교부가 조정해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