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막을 내린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베이징 올림픽 본선 직행 티켓을 놓친 야구대표팀은 이제 내년 3월 열리는 2차예선에서 다시 한번 본선 진출을 노려야 하는 처지가 됐다.
지역 예선에서 1위를 놓친 대륙별 2,3위 팀이 모여 3장의 티켓을 놓고 다투는 올림픽 2차 예선도 결코 호락호락하지만은 않다. 이번에 한국과 접전을 벌인 대만이 다시 한번 홈 어드벤티지를 앞세워 강력한 대항마로 버티고 있으며 또 다른 야구 강국인 멕시코와 호주, 캐나다 등도 만만치 않은 전력이다.
한국은 이번 아시아선수권대회를 통해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줬다. 기존 국제대회 고정 멤버였던 김동주, 이병규 등 베테랑들은 부진했지만 고영민, 류현진, 이종욱 등 신진세력 들이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며 세대교체를 이뤘다.
대표팀을 처음 이끈 김경문 감독의 지략도 돋보였다. 역대 대표팀에 비해 결코 뛰어나다고 할 수 없는 전력이었지만 적재적소에 필요한 선수를 배치하는 뛰어난 용병술을 발휘해 한 수 이상 위였던 일본과 마지막까지 접전을 펼치며 선전할 수 있었다. 특히 상대의 허를 찌르는 선발투수 기용은 이번 대표팀 코칭스텝 최고의 ‘히트상품’이었다.
그러나 이 상태로 내년 3월 열리는 2차 예선을 치르기엔 아직 여러모로 부족하다. 무엇보다도 선발 자원이 좀 더 많아야 한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류현진과 박찬호를 제외하고 확실한 선발투수가 없어 로테이션을 짜는데 애를 먹었다. 그나마 박찬호는 대만전 구원투수로 써버려 일본과의 경기에서는 결코 위력적인 구위를 가졌다고 볼 수 없는 전병호를 투입해야 했다. ‘벌 떼 작전’도 하나의 방법일 수는 있겠지만 야구는 선발 투수가 초반 페이스를 어떻게 이끄느냐에 따라 경기의 향방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또 하나의 과제는 중심타선의 보강. 김동주-이대호-이병규가 주축이 된 중심타선은 많은 기대를 모았지만 전혀 제 몫을 해주지 못했다. 특히 이병규의 부진은 대표팀을 좌타 거포의 부재에 시달리게 했다. 다행히 이종욱, 고영민, 박진만 등 기대하지 않았던 선수들이 홈런을 때리며 분전했으나 중심타선이 조금만 뒤를 받쳐 줬더라면 일본의 벽을 넘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크다.
2차예선, 해외파 합류는 쉽지 않을 듯
현재 대표팀에는 해외파들의 존재가 절실히 요구된다. 특히 김병현과 서재응 등 메이저리거와 요미우리의 이승엽이 중심타선에 합류한다면 위에 언급한 대표팀의 두 가지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내년 3월 열리는 2차 예선은 시기적으로 해외파가 출전하는데 장애가 많다. 시즌을 앞두고 열리는 만큼 부상 등의 위험을 감안, 소속팀에서 해당 선수를 풀어줄 가능성이 높지 않다. 작년 3월에 열린 WBC 때는 해외파가 대거 참가했지만 당시엔 실질적으로 대회를 주관했던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선수들의 출전을 적극 독려했다. 그러나 국제야구연맹(IBAF)이 주관하는 올림픽 예선은 사정이 다르다.
현실적으로 해외파의 대표팀 합류가 힘들다면 국내파들 위주로 최상의 팀을 꾸릴 수밖에 없다. 윤동균 대표팀 기술위원장은 “이번 대회를 통해 우리의 약점을 잘 파악했다. 이를 토대로 내년 2차예선에서는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보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새롭게 대표팀 멤버로 합류가 거론되는 선수들은 김광현, 채병용, 이진영(이상 SK), 양준혁, 심정수(이상 삼성) 등이다. SK 우승 멤버인 김광현과 채병용은 빈약한 대표팀 선발자원을 풍부하게 해 줄 전망이며 양준혁과 심정수는 중심타선의 무게감을 보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진구 스포츠동아 기자 jingoo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