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배아 줄기세포는 난자(卵子)를 쓰는 게 문제였다. 구하기도 어렵고 생명윤리 문제까지 겹쳤다. 최근 일본과 미국에서 난자 대신 피부세포를 쓰는 실험이 잇따라 성공해 과학계를 흥분시킨 것도 그 때문이다. 일본 교토대는 30대 백인 여성의 얼굴 피부세포에서, 미국 위스콘신대는 아기 피부세포에서 각각 줄기세포를 배양하는 데 성공했다. 타인의 수정란이 아닌 환자 자신의 유전자 세포를 쓰는 것이라 이식에 거부 반응이 없어 더욱 안성맞춤이다.
▷한계는 있었다. 배양 과정에서 발암 우려 유전자를 써야 하므로 암 발병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이었다. 일본 팀은 이 마지막 난제까지 해결해 암 발병을 현저하게 줄일 새 배양 기술을 개발했다고 1일 발표했다. 노벨상 후보는 물론이요, 라이트 형제의 동력 비행기 발명과 견줄 만한 성과라는 평가도 나왔다.
▷모든 세포는 분열 증식하면서 자라는 동안 각 조직의 특성을 갖게 되는 이른바 분화 과정을 거친다. 생물의 세포나 조직이 각각에게 주어진 일을 수행하기 위해 형태나 기능이 변해 가는 것이다. 이를테면 수정란이라는 세포는 뼈, 심장, 피부 등 다양한 조직세포로 분화한다. 줄기세포는 적절한 조건만 갖춰 주면 생체를 구성하는 모든 조직으로 분화할 수 있다고 해서 ‘만능세포’로 불린다. 난자를 이용하지 않았고 윤리 논란이 없는 피부세포를 이용한 이번 만능세포는 황우석 박사의 난자를 사용한 ‘자연만능세포’와 구별해 ‘인공만능세포(iPS)’라고 한다.
▷교토대의 성공 뒤에는 일본 정부의 ‘선택과 집중’ 지원 전략이 맞아떨어졌다는 후문이다. 일본 정부는 연구비의 대학별 균형 지원이 비효율적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재생의료 분야에서 가장 앞선 교토대를 집중 지원했다. 이번 성공으로 5년간 70억 엔(약 580억 원)을 지원한다. 우리는 매사 균형과 평등을 얘기하지만 ‘선택과 집중’ 없이 되는 일은 거의 없다. ‘나눠 먹기’ 지원으로 세계적 연구 성과도 못 내고, 탈락한 대학들은 불만만 터뜨리는 두뇌한국(BK)21 사업도 그런 예다.
허문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