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발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06년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PISA·만 15세 대상)에서 조사대상 57개국(OECD 30개국 포함) 가운데 한국 학생의 읽기 능력은 1위, 수학은 1∼2위를 기록했다.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그러나 이보다 사흘 앞서 발표된 과학 성적은 11위였다. 2000년 1위, 2003년 4위에서 계속 밀리는 추세다.
같은 이과(理科) 과목인데도 수학 성적은 좋고 과학 실력이 떨어진 것은 선택과목 중심의 제7차 교육과정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2002년 시행된 제7차 교육과정에 따라 중1과 고1 학생은 과학수업이 주 4시간에서 3시간으로 단축됐다. 과학교과 내용도 30%가량 줄었다. 이공계를 홀대하는 사회적 분위기에다 이과를 선택한 고교생마저 ‘쉬운 과학’을 선호해 학력 저하가 심해지고 그 여파가 중학생에게까지 미친 것이 이번 PISA 결과다.
이른바 탐구 중심 과학교육의 허구도 드러났다. 탐구 중심 교육이 선진적인 수업 방식이긴 해도 한 학기 동안 과학실험 한번 할 수 없는 여건에서 탐구학습이니, 문제해결식 수업이니 하는 것은 공허하다. 실험은 하지 않고 실험 결과만 열심히 외워야 하는 학생들의 과학 응용력이 높아지기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한마디로 교육 과정과 현실이 따로 놀고 있는 것이다.
한 나라의 과학기술 수준은 곧 그 나라의 경쟁력이고, 과학기술은 튼튼한 기초과학 교육을 통해서 발전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과학 실력의 상대적 후퇴는 가볍게 볼 수 없다. 독일은 2001년 PISA 결과 OECD 회원국 가운데 과학 20위, 수학 21위를 기록하자 이를 국가적 재난으로 받아들이고 ‘국가교육수준진단위원회’를 개설해 교육 개혁에 나섰다.
올해 초 교육과정 개편 당시 과학계의 과학수업 강화 요구를 묵살한 노무현 정부는 그렇다 치자. 10명이 넘는 대선 후보의 공약집을 아무리 들춰 봐도 과학교육의 위기에 대한 문제의식 자체가 없다. 그러니 대응 정책인들 있겠는가. 과학기술 및 이공계 지원 의지도 읽을 수 없다. 그래서 대선 후보들이 내놓고 있는 갖가지 장밋빛 교육 청사진이 뜬구름처럼 보인다.
교육의 진정한 성취는 초중고교 교실에서 시작돼야 한다, 선진국들처럼 수학 및 과학 교육의 강화가 그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