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제시문 가: 분업의 발생은 교환 가능성을 전제로 한다. 분업의 정도는 시장의 규모에 따라 달라진다.(중략) 시장에 공급되는 상품의 수량이 유효수요와 일치하면 시장가격은 자연적 가격과 동일하게 된다. 공급자들은 수중에 있는 상품 전부를 이 가격으로 처분할 수 있지만 더 비싼 값을 받을 길은 없다. 한편 공급자들은 경쟁 때문에 이 가격을 받아들이지만 그 이하의 가격으로 상품을 팔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시장은 공급되는 상품의 수량을 자연적으로 유효수요에 일치시킨다.(후략)
제시문 나: 1. 최초의 사회주의 국가인 소련이 성립되고 나서 곧바로 1920, 30년대에 ‘사회주의 경제계산 논쟁’이 있었다. 이것은 사회주의 체제하의 경제가 과연 경제학적 합리성을 갖는가라는 문제를 둘러싸고 자유주의 입장에 선 그룹과 사회주의 입장에 선 그룹 사이에 오고 갔던 일련의 논쟁이었다.(후략)
2. 일반적으로 화폐는 교환을 매개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그런데 원시경제에 대한 인류학자들의 분석을 통해서 시장 거래와는 전혀 다른 맥락에서 화폐가 이용되고 있음을 알게 됐다. 남태평양에 있는 미크로네시아의 작은 섬 야프(Yap)의 사람들은 거의 2000년 동안 중요한 물건을 구입하거나 결혼 승낙을 얻기 위한 지참금으로 커다란 돌 바퀴를 화폐로 사용해 왔다.(후략)
3. 서양의 중세 봉건사회에서는 봉신(封臣)이 주군(主君)에게 군사적 의무와 충성을 약속하고 그에 대한 대가로 주군은 봉신에게 영지(領地)를 하사했다.(후략)
4. 1953년 일본의 야마기시 미요즈가 제창한 공동체 운동을 야마기시즘이라고 부른다. 야마기시즘이 꿈꾸는 공동체는 한마디로 ‘돈이 필요 없는 사이좋은 마을’이다.(후략)
전통 - 명령 - 시장 세 가지로 분류
현대 국가는 대개 혼합경제 체제
해설: 2008학년도 서울대 수시 논술고사는 ‘경제 체제’를 주제로 했다. 시장 경제 체제에 대해 설명하는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 중 일부를 발췌한 제시문 (가)와 사회주의 국가, 원시사회, 중세 봉건시대의 장원경제 체제, 무소유 공동체주의 등 네 종류의 사회와 경제적 특성에 대한 제시문 (나)가 제시됐다.
‘무엇을 생산하고, 어떻게 생산하며, 생산된 상품을 누구에게 분배할 것인가’는 모든 사회나 국가가 해결해야 하는 세 가지 경제 문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형태는 사회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어떤 사회에서는 민간 기업이 무엇을 얼마만큼 생산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반면, 다른 사회에서는 국가가 직접 나서서 무엇을 얼마만큼 생산할 것인가를 결정한다. 이처럼 각 사회가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희소한 보유 자원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결정하는 방식을 ‘경제 체제’라고 부른다. 어느 사회든지 구성원들의 요구와 욕구를 충족시키도록 생산, 소비, 분배가 이뤄지므로 경제 체제는 희소한 자원을 체계적으로 활용하려는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이 장치는 각종 법규, 기구, 조직, 가치관 일체를 반영한다.
경제학자들은 사회마다 다른 경제 체제를 전통 경제 체제, 명령 경제 체제, 시장 경제 체제의 세 가지 이론적인 모형으로 나눈다. 이들은 희소성의 문제를 다루는 방식에 있어서 차이를 보인다. 재산이 어떻게 소유되는지, 구성원들이 어느 정도의 경제적 자유를 누리는지, 정부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도 다르다.
미크로네시아 야프 섬의 사례는 전통 경제 체제이며, 무소유 공동체를 주장하는 일본 야마기시즘도 이에 가깝다. 사회주의 경제 체제나 서양 중세의 자급자족적 장원경제는 명령 경제 체제인 반면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은 시장 경제 체제다.
대부분의 현대 국가들은 세 경제 체제의 요소를 부분적으로 내포하고 있다. 세 가지 경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각 나라는 전통 경제 체제, 명령 경제 체제, 시장 경제 체제의 요소를 동시적으로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체제를 ‘혼합 경제 체제’라고 한다. 물론 나라마다 각 체제의 요소가 혼합되어 있는 정도는 다르다.
한경동 한국외국어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