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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 환경회의가 되레 환경 망쳐”

입력 | 2007-12-06 02:56:00

“지구를 살립시다”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회의가 열리고 있는 인도네시아 발리 섬 누사두아에서 5일 인도네시아 행위 예술가들이 나무와 표범으로 분장을 하고 삼림 파괴에 반대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3일 개막한 ‘발리 환경회의’는 190개국에서 1만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14일까지 열린다. 누사두아=로이터 연합뉴스


지구 온난화를 막겠다며 사상 최대인 1만여 명이 모인 인도네시아 발리 환경회의가 오히려 지구 온난화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제기됐다고 AP통신이 5일 보도했다.

유엔은 3일부터 12일간 계속되는 발리 회의의 영향으로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가 4만7000t이나 배출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항공기 연료와 에어컨 가동용 전기 소모량 등을 더한 것으로, 프랑스 남부 도시인 마르세유 시민 150만 명이 하루 평균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양과 같다.

그러나 환경 단체들은 유엔 추산치의 두 배가 넘는 10만 t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될 것으로 추산했다. 아프리카의 작은 나라 차드의 연간 배출량과 맞먹는 규모다.

발리 회의가 있기 한 달 전에는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대규모 환경회의가 개최됐으며 지금까지 방콕 파리 빈 워싱턴 뉴욕 시드니 리우데자네이루 등지에서도 수십 차례의 크고 작은 기후변화 회의가 열려 대부분 여객기를 이용하는 참석자들을 불러 모았다.

이 때문에 지구 온난화 해결을 위한 환경회의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산업이 됐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해수면 상승으로 국토가 물에 잠긴 파푸아뉴기니에서 온 우르술라 라코바 씨는 “회의만 하지 말고 가시적인 성과를 내놓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 같은 비난을 의식해 주최국인 인도네시아 정부는 회의 직전 전국에 7900만 그루의 나무를 심고 회의장 곳곳에 200대의 산악자전거와 쓰레기 분리수거함을 비치했다.

발리 회의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한 교토의정서의 기한이 2012년 끝남에 따라 후속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개최됐다.

그러나 주요 온실가스 배출국인 미국 중국 인도가 의무 감축 목표 설정에 반대하고 있어 이번 회의에서 구체적인 결과물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